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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 없이 반대만 하는 국민의힘... '투쟁 역할'에 만족?

입력
2021.08.28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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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된 '언론독재법과 반민주 악법 끝장 투쟁 범국민 필리버스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진행된 '언론독재법과 반민주 악법 끝장 투쟁 범국민 필리버스터'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이 각계의 우려 속에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 도착했다. 국민의힘은 본회의에서 필리버스터(입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반대 토론)를 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개정안 처리 시간만 다소 늦추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무조건 막겠다”는 결기에 비하면 국민의힘은 다소 무력해 보인다. "언론 재갈물리기 입법에 반대한다"고 외쳐왔지만, '개정안의 어떤 조항을 왜 반대하는지' '그렇다면 어떤 수정안을 만들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반대 논리는 제대로 내놓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와 법사위 개정안 심의 단계에서 국민의힘을 배제한 채 입법 독주를 했다. 국민의힘의 대응은 △회의장 안팎에서의 피켓팅 시위 △항의성 의사진행 발언 △회의장 퇴장 등이었다. 회의장에서 치열한 법리 싸움을하기보다 여론전을 택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달 12일 "15일까지 국민의힘 자체 수정안을 내면 양당 안을 놓고 함께 논의하자"고 시간을 줬다. 국민의힘은 거부했다. 17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이 수정안을 내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대안은 내 머릿속에 있다. 3일의 여유를 주면 완벽한 조문화를 한 수정안을 내겠다”고 역제안했다. 민주당은 이를 표결 지연 전략으로 보고 수용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수정안'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수정안을 내면 민주당의 입법 드라이브에 말려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정안 반대'보다 '민주당 독주에 항거하는 야당 역할'에 더 관심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그간 국민의힘에서는 위헌적인 개정안 내용을 조목조목 논박하는 목소리가 별로 나오지 않았다. 신문기자 출신 문체위원인 최형두 의원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열심히 호소할 뿐이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어차피 민주당의 수적 우위를 넘는 것이 불가능했다"고 토로한다. 법사위의 한 의원은 “'고의·중과실이 있으면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수 있다' 등 위헌적 독소조항을 삭제하자는 게 국민의힘의 대안"이라며 "해당 조항이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법안의 본질이기 때문에 사실상 합의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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