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프간 내 미국인·협력자 명단’ 탈레반에 넘겨줬다

입력
2021.08.27 15:45
수정
2021.08.27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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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기밀 브리핑서 "탈레반 검문 통과 위해"
"우리 도운 아프간인 사살리스트에 올린 것" 비판
탈레반 아프간 장악 후 10만여 명 대피

2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검문소에서 탈레반 대원이 경계 근무 중 소총을 겨누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2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검문소에서 탈레반 대원이 경계 근무 중 소총을 겨누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자국민과 자국에 협력한 아프간인 명단을 탈레반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민과 아프간 협력자들이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위한 조치였지만 남은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들이 마치 인질처럼 아프간에 남겨질 것이란 지적이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26일(현지시간) 미 의회 관계자 3명을 인용해 미국이 수만 명의 아프간 현지인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키기 위해 탈레반에 이들의 명단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명단에는 미국 시민과 영주권자, 아프간특별이민비자(SIV) 신청자들이 포함됐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에 대해 “그런 명단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프간 대피 과정에서 일부 명단이 넘어갔을 가능성은 부인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예를 들어 미군이 탈레반과 접촉해 버스로 사람들을 공항으로 옮기고, 탈레반은 이를 확인한 후 통과시켰다”면서 “이 과정에서 탈레반이 12명의 명단을 확인했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이번 주 초 바이든 행정부 관료들이 미 의회에서 카불 상황과 관련된 기밀 브리핑을 하면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료는 이 자리에서 미국인과 현지인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미군과 탈레반 사이에 총격전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익명의 미 당국자는 “백악관이 공항 밖의 모든 상황을 탈레반이 통제하도록 허용했기 때문에 (명단을 제공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 관계자는 “(카불의 미 관리들이) 우리를 도운 아프간인들을 ‘사살 리스트’에 올린 것이나 다름없다”며 “끔찍하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카불 공항 인근에서 연쇄 폭탄 테러가 발생한 뒤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은 “분명한 점은 우리가 미국인의 안전과 관련해 탈레반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폴리티코는 “탈레반은 2011년 9ㆍ11테러와 연루된 테러 단체로 사실상 미국이 이번 자국민 탈출 작전을 수행하면서 탈레반에 의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군 철수 시한인 31일을 닷새 앞둔 이날 백악관은 12시간 동안(오전 3시~오후 3시) 7,500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15일 이후 대피한 미국인과 아프간인은 총 10만여 명이다. 백악관은 이날 탈출을 원하는 아프간인들이 있을 때까지 모두 대피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인정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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