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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10년간 11.5만 명…유병률 낮지만 여전히 두려운 질병

입력
2021.08.27 10:38
수정
2021.08.2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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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은 크기가 커지면서 다양한 뇌 기능 상실을 유발하기에 조기에 치료하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뇌종양은 크기가 커지면서 다양한 뇌 기능 상실을 유발하기에 조기에 치료하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영화ㆍTV 드라마에서 ‘뇌종양’은 사형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그려진다. 극적 반전보다 암울한 결론이나 이별을 암시하는 소재로 주로 다뤄진다. 그만큼 뇌종양은 우리에게 두려운 질병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뇌종양은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그리 흔한 암은 아니다. 2007~2016년 10년간 국내에서 11만5,000명의 원발성 뇌종양이 생겼고, 10만 명당 환자가 22명 발생했다. 이 중 절반 정도만 수술에 의한 조직 진단으로 확인된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연간 6,000명 정도의 환자가 원발성 뇌종양 수술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윤완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종양은 다른 종양보다 유병률이 낮고 홍보 부족으로 잘 알려지지 않아 일반인에게 익숙한 질병은 아니다”라며 “뇌종양은 종양 위치에 따라 심각한 장애가 생기거나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병으로 조기에 병원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뇌종양은 뇌를 둘러싼 두개골 안에 생기는 모든 형태의 종양을 말한다. 양성 종양에는 뇌수막종ㆍ뇌신경초종ㆍ뇌하수체선종 등이 있고, 악성 종양은 악성 신경교종ㆍ전이성 뇌종양ㆍ림프종 등이 있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뇌 손상ㆍ방사선ㆍ유전ㆍ나이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뇌종양 유병률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늘어난다. 2007~2016년 국내 원발성 뇌종양 연구 논문에 따르면 연령 표준화 발생률은 15~39세에서 10만 명당 11명인 반면, 40세 이상에서는 37.9명으로 3.5배 늘었다.

흡연이 악성 신경교종의 발생 위험을 1.22배 증가시킨다는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스마트폰 전자파에 의한 뇌종양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증상은 발생 위치나 크기, 종류, 커지는 속도 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ㆍ성격 변화ㆍ편측 마비ㆍ언어장애ㆍ발기부전ㆍ시력 저하ㆍ어지럼증ㆍ청력 감소ㆍ경련 등이다.

고령인의 경우 치매 같은 기억력 저하ㆍ행동 이상 등 인지 기능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만으로 뇌종양을 특정하기는 어렵다.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다. 두통이 생기는 이유는 뇌종양 때문에 뇌 부피가 늘어나 뇌 속 압력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뇌종양 환자의 70%에서 두통을 호소한다. 특히 아침에 일어날 때나 새벽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뇌신경에 종양이 있으면 후각·시각·청각 장애와 어지럼증ㆍ안면마비ㆍ연하장애(삼킴장애)ㆍ음성 변화 등이 생길 수 있다.

뇌하수체에 발생하면 부피가 커지면서 시신경을 압박해 시야 장애를 동반한다. 소뇌와 뇌간에 발생하면 균형 감각을 잃고 술 취한 사람처럼 걷는 운동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뇌 왼쪽 측두엽에 발생하면 단어가 잘 생각나지 않거나 기억력이 떨어지고 망상이나 경련을 보일 수 있다.

두정엽에 발생하면 편측으로 운동 및 감각 마비가 발생하고 단어의 발음에 부조화가 생긴다. 또 공간지각력이 떨어지고 좌우를 혼동하거나 계산 능력이 떨어지며 글을 쓰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두엽 부위에 생기면 성격이 변하거나 기억력 장애, 언어장애와 인지 기능이 낮아지기도 한다.

윤완수 교수는 “평소 두통이나 시력 저하, 기억력 장애 같은 증상을 노화나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증세라고 소홀히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고령인은 기억력 저하 등 인지 기능 변화가 나타나면, 환자 본인 스스로 판단할 수 없고 주위에 명확히 표현되기 전까지는 가족들도 알아차리기 어려워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치료는 종양 종류, 위치, 증상에 따라 결정된다. 고령인은 연령이나 기저 질환 여부도 중요하게 고려한다. 뇌수막종ㆍ뇌신경초종ㆍ뇌하수체선종 같은 양성 종양은 수술이 원칙이다. 다만 수술이 어렵거나 거부감을 가진 환자는 방사선 치료를 진행한다. 증상이 없거나 크기가 작으면 수술 없이 경과 관찰을 할 수도 있다.

악성 종양은 환자 연령과 기저 질환을 고려해 치료법을 결정한다. 외과적 절제술이 원칙이지만 기저 질환이 심각한 고령인은 수술이 항상 우선되지는 않는다.

뇌종양 수술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두개골을 여는 개두술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종양 수술의 상당수는 ‘뇌 내시경 수술(Endoscopic neurosurgery)’로 진행된다. 뇌의 가장 밑바닥 부위인 뇌 기저부에 발생하는 뇌수막종ㆍ뇌하수체종양ㆍ두개인두종 등이 주요 적용 대상이다.

뇌 내시경 수술은 뇌조직 손상을 최소화하고 수술 흉터가 거의 남지 않아 환자의 수술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수술 후 출혈과 통증이 적어 입원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환자 콧속으로 내시경을 넣어 뇌 바깥쪽에서 종양 부위로 접근해 뇌 손상과 수술 후 상처 없이 종양을 제거한다. 경우에 따라 눈썹 주름선을 따라 2~3㎝만 절개하고 뇌종양을 떼어내기도 한다.

‘각성 수술’도 있다. 환자와 의사가 대화하면서 진행하는 이 수술은 종양과 정상 뇌와의 경계가 모호한 종양을 잘라낼 때 정상적인 뇌 기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가급적 많은 종양을 떼어내 종양과 뇌 기능의 밸런스를 맞출 때 시행된다.

윤완수 교수는 “각성 수술이 필요한 이유는 위치에 따른 뇌 기능이 100% 동일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며 “개인별로 뇌 발달 과정이 다르므로 뇌의 각 영역 기능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동일하지는 않고, 특히 인지 및 언어 기능 같은 상위 뇌 기능은 개인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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