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부활에 가려진 잊힐 권리

입력
2021.08.27 22:00

싸이월드 홈페이지 캡처


나의 대학 동창 중 한 명은 누구나 알 만한 배우가 되었다. 후에 그가 점점 유명해지면서 인터넷에는 누군가에 의해 공개된 그의 대학 시절 사진이 돌았다. 누군가가 당시 엠티 사진을 싸이월드에서 퍼온 것 같았다. 어릴 때도 잘생겼다느니, 친구들과 사이가 좋은 것처럼 보인다느니, 팬들의 반응은 훈훈했지만 나는 웃을 수 없었다. 그 뒤에 대충 모자이크된 나와 친구들의 모습이 그의 빛나는 외모와 대비되어 더욱 굴욕적이었기 때문이다! 기억 속 스무 살 우리는 퍽 아름다웠으나, 사진은 우리가 그렇지 않았다는 걸 생생하게 증명하고 있었다. 우리의 흑역사는 그의 성공과 비례해 멀리멀리 퍼졌다. 인터넷에 박제된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지 않을까?

싸이월드가 부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흠칫 몸을 떨었던 건 나뿐일까? 최근에는 과거 싸이월드 인기 배경음악을 리메이크하는 프로젝트가 이슈가 되고 있다. “난... ㄱㅏ끔... 눈물을 흘린 ㄷㅏ....”와 “ㄴr 널 좋ㅇr㈛ㄴr봐” 따위의 싸이월드 언어, ‘프리스타일-Y’나 ‘롤러코스터-습관’을 깔던 싸이월드의 BGM이 반갑지 않은 건 아니다. 그 시절이 한껏 담겨 있으니까. 그럼에도 한편으론 그 상자를 열어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다. 지나간 시절은 기억 속에서 한껏 미화되도록 내버려 두고 싶다.

싸이월드 세대는 보통 청소년기를 지나 SNS를 접했기에 인터넷에 스스로를 기록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어떨까? 모든 것을 기록하고 모든 것이 기록되는 시대에 태어난 세대. 이들은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고, SNS에 기록하고, 좋아요를 기다린다. 우리가 어디든 들고 다니는 핸드폰은 오늘 종일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샀는지 알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예쁘게, 재밌게, 완벽하게 보존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그러느라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것’을 잊어버린다.

SNS 시대에 태어난 인류는 부모의 스마트폰에 의해 아기 때부터 기록되고 공개된다. 그들은 기록된다는 것의 의미를 알기 전부터 기록되기 때문에 ‘기록되지 않을 권리’ 혹은 ‘잊힐 권리’에 대해 주장할 수 없다. 아이들이나 반려동물을 기록해 상업적으로 이용할 때도 기록의 주체성에 대해 생각할 부분이 생긴다. 국제구호단체가 가난하고 아픈 아이들을 찍어 후원자들에게 호소하는 것이 ‘빈곤 포르노’로 비판받는 것처럼, 기록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대상을 찍어 이득을 취하는 것에는 제 나름의 논리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기록되는 시대다. 우리가 죽어도 우리가 남긴 사진과 동영상, 글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고 인터넷을 떠돌 것이다. 기록되지 않을 권리는 이제 많은 시간과 노력, 자원을 들여야 획득할 수 있는 귀한 것이 되었다. SNS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가족이나 친구들, 직장 동료들이 당신과 함께하는 순간을 찍어 전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가 부활한다는 소식을 환영하는 이도 있고 부담스러워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그 기록의 부활이 논란이 된다는 것, 그 자체가 SNS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세대가 누리는 특권일 수 있다. 수많은 스마트폰 사이에서 태어난 세대에게 기록되지 않을 권리, 잊힐 권리를 생각할 여유가 있을까?



박초롱 딴짓 출판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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