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카불 공항 밖 두 차례 폭발로 13명 사망… "IS 자살 폭탄 테러 추정"

입력
2021.08.27 01:30
수정
2021.08.27 01:49
구독

"부상자 60명 병원 이송, 미군도 여러 명 다쳐"

26일 자살 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폭발로 최소 1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EPA 연합뉴스

26일 자살 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인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폭발로 최소 1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EPA 연합뉴스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의 정권 장악 이후 서방 국가의 대피 작전이 긴박하게 이뤄지던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 바깥에서 26일(현지시간) 자살폭탄 테러로 추정되는 대규모 폭발이 두 차례 발생했다. 이 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은 탈레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공항 밖에 있던 탈레반 대원 다수도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 철수 시한인 오는 31일을 닷새 앞두고 테러마저 현실이 되면서 아프간 내 혼란은 극에 달한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상황실로 이동, 현지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이날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두 차례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다. 첫 번째 폭발은 공항 애비 게이트에서, 두 번째는 미국인들이 대피를 위해 집결하는 공항 200m 앞 바론 호텔에서 일어났다. 현재까지 어린이와 외국인을 포함해 13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불 응급병원에는 부상자 60여명도 속속 도착했다. 부상자 가운데는 미군과 탈레반 조직원도 포함됐다.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 이번 사건이 자살 폭탄 테러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폭발과 함께 총격도 보고됐다”며 “공항 애비ㆍ이스트ㆍ노스 게이트에 있는 미국 시민은 즉시 떠나야 한다”는 보안 경보를 내렸다. 현재 카불 공항의 각 출입구는 해외로 대피하려는 수 천명의 외국인과 현지인들이 몰리면서 혼잡한 상태다.

26일 굳게 닫힌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출입문 앞에 탈출을 희망하는 아프간인들이 모여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26일 굳게 닫힌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 출입문 앞에 탈출을 희망하는 아프간인들이 모여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아직까지 명확한 테러의 주체나 배후는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미 당국은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인 IS-K의 소행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전날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서방 국가는 이들 단체가 카불 공항 밖에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테러를 벌일 수 있다고 보고 자국민들에게 공항 접근을 막는 ‘긴급 경보’를 발령했는데, 하루 만에 실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미 당국자는 AP통신에 “폭발은 IS의 소행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CNN 역시 “탈레반과 사이가 나쁜 IS-K가 카불 공항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기를 원한다”는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IS-K는 2015년 아프간 동부에서 활동을 시작한 무장조직이다. 이들은 올해 4월까지 아프간 내에서만 77번의 테러를 감행하는 등 최근 몇 년간 치명적인 공격을 자행했다.

테러 위협이 현실화하면서 철군을 목전에 둔 서방국가들의 긴장 수위는 한 층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예정됐던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을 연기하고 상황을 보고 받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즉각 이번 폭발에 대한 브리핑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에 “카불 공항 폭발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현재의 불안정으로 테러리즘이 부활하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국 육군 소속 장병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카불=미 육군 제공·AP 연합뉴스

25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국 육군 소속 장병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카불=미 육군 제공·AP 연합뉴스

갑작스러운 테러로 각국의 철군 일정은 예정보다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이미 네덜란드와 캐나다, 프랑스는 현지 상황 악화를 이유로 전날 대피 작업을 조기 종료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미국 역시 막바지 대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미군이 카불 공항 바깥에서 세 차례에 걸쳐 미국인과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들을 대피시키는 비밀 작전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지상군 병력뿐 아니라, 치누크 헬기 세 대도 투입해 공항 밖 시내에 머물던 시민 185명을 구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WSJ는 “미군이 공항 외부에서 공수작전을 벌인 건 (아프간 사태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사실은 현지 상황이 분초를 다툴 만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아프간에 남은 미군 약 5,400명은 카불 공항 내부에 주둔해 있다. 그간 미 국방부는 군의 통제 범위를 공항으로 한정하면서 “대피를 원하는 시민들은 자력으로 공항에 가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철군 시한(31일)이 목전으로 다가오며 이런 방침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미군 철수 완료가 초읽기에 들어갔는데, 무장세력의 위협 탓에 사람들이 공항에 접근조차 하기 힘들어지면서 ‘자력 도착’을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게 됐다는 얘기다.

미 국무부는 현재 아프간에 미국인 1,500여 명이 남았다고 추정한다. 특히 30, 31일에는 민간인보다 군수물자 운반에 주력할 계획인 데다, 내달 1일 이후 탈레반 통치가 본격화하면 대피 자체가 여의치 않아질 수 있는 만큼 헬기까지 띄워 대피 작전에 속도를 내는 셈이다.

허경주 기자
김진욱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