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이 껄끄러워진 국민의힘… 이준석 "투기 의혹 해명해야"

입력
2021.08.27 06: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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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대선 출마 포기와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대선 출마 포기와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뉴스1

하루 만에 ‘정치개혁 영웅’에서 국민의힘의 ‘잠재적 리스크’가 됐다. 윤희숙 의원 이야기다.

윤 의원은 부친이 '경미한' 땅 투기 의혹에 휘말린 것만으로 국회의원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25일 금배지 반납을 선언했다. 그러나 윤 의원 소명과 달리 '본격적 투기'였을 가능성이 번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박수 소리는 사라졌다. 윤 의원은 혹독한 검증의 시간을 앞두고 있다. 윤 의원의 결단을 소재 삼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때리려던 국민의힘도 당황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 정보나 차명 거래 이용한 투기 의심"

민주당은 26일 윤 의원의 사퇴를 ‘정치 쇼’ ‘꼬리 자르기’라고 몰아붙였다. 의혹의 핵심은 윤 의원 가족이 개발 정보를 얻어 농지를 매입해 시세 차익을 노렸는지 여부다. 국민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윤 의원 부친은 2016년 5월 직접 농사를 짓겠다며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의 논 1만871㎡를 사들였는데, 실제론 서울에 살면서 현지 주민에게 경작을 맡겼다. 그 사이 주변에 국가산업단지 등이 들어섰고, 땅값은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이에 내부 정보나 차명 거래를 이용한 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2016년 윤 의원이 세종시에 있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원이었다는 점이 의구심을 키웠다. KDI는 국가산업단지 등 국가 사업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시행하는 기관이다.

윤 의원은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뜬 만큼, 그의 부동산 내역도 도마에 올랐다. 강준현 민주당 원내부대표는 26일 “윤 의원은 KDI 소속이었던 2014년 특별공급으로 세종시 아파트를 2억4,500만 원에 분양받았고, 2억3,5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 역시 그가 비판한 '부동산 불로소득'의 수혜자라는 게 비판의 요지였다.

"권익위 통보 사안과 무관"... 이준석도 거리두기?

26일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 모습.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부친이 2016년 이 일대 논 1만871㎡를 사들였던 것과 관련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세종=연합뉴스

26일 세종시 전의면 신방리 일대 모습.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부친이 2016년 이 일대 논 1만871㎡를 사들였던 것과 관련해 농지법과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세종=연합뉴스

국민의힘에선 대체로 윤 의원을 감쌌다.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세종 스마트 국가산단은 2017년 국정과제로 채택된 사업으로, 2019년 예타 검토에 들어갔다”며 “윤 의원 부친이 예타 결과를 미리 알고 땅을 샀다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KDI 출신인 유승민 전 의원도 “예타 정보는 KDI 내에서도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만 안다”고 엄호했다.

그러나 동요하는 기류도 상당하다. 투기 의혹이 커지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내로남불 저격수’를 자처한 윤 의원은 물론이고 국민의힘도 역풍을 맞게 되는 탓이다. 윤 의원의 사퇴를 눈물로 만류했던 이준석 대표부터 다소 거리를 두는 태도를 취했다. 이 대표는 26일 "윤 의원 측이 해명해야 한다”고 했다.

두문불출하던 윤 의원은 침묵을 깼다. 그는 입장문을 내고 "부친의 토지 매입 과정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이나 사실 확인은 하지 않았다.

사직서 접수... 본회의 표결까진 시간 걸릴 듯

윤 의원의 사직서는 25일 국회 의안과에 접수됐다. 회기 중 국회의원 사직서는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 부쳐 재적의원 과반 출석,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전체 의석 300석 중 171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 윤 의원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뜻이다.

30일 본회의에 윤 의원 사퇴안이 안건으로 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민주당이 윤 의원을 두고두고 '부동산 역공'의 소재로 삼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강유빈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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