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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죽는 게 낫다" 아프간에서 한국일보에 보낸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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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아프가니스탄에 머무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여깁니다.”
인도네시아 거주 아프간 난민 A(33)씨의 동생(25)이 연락이 끊긴 지 닷새 만인 24일 남긴 메시지다. 한국일보는 19일 A씨에게 가족과 연락이 닿으면 아프간 현지 상황과 분위기를 전해달라고 부탁한 바 있다. A씨는 "몸을 피한 상태라 먼저 연락이 와야 소식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26일 본보는 아프간에 있는 A씨 동생과 연락이 닿았다. 대화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문자메시지로 이뤄졌다. 그는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고 보안 문제도 있어서 직접 통화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여전히 숨을 쉬고 있고 계속 살고 싶다"며 "관심 가져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운을 뗐다.
아프간 남서부 지역에 살고 있는 A씨 동생은 2주 전 들이닥친 탈레반에 의해 집에서 쫓겨났다. 그의 집이 경찰서와 가까워 탈레반이 거점으로 삼은 것이다. 일주일 전 돌아왔지만 집은 부서지고 뚫리고 망가졌다. 그는 "아슈라프 가니 정부가 탈레반을 소탕하기 위해 헬기로 집을 폭격했다"며 "폭격을 당한 집이 우리 마을에만 100곳이 넘는다"고 했다. "끔찍하지만 그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요."
그는 현지 분위기도 알렸다. 그는 "(아프간의) 모든 사람이 간신히 숨만 쉬고 있고, 언젠가 아프간을 떠나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그는 "카불 공항에서 10명 이상이 탈레반 총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의 계획은 실패했다"고 했다. 또 "탈레반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그들 마음대로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외국 언론의 관심이 카불에 집중돼 있지만 지방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아프간이 '10가지가 없는 첫 번째 국가'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①시스템이 없다 ②대통령이 없다 ③정부 관계자가 없다 ④소득이 없다 ⑤운영 중인 은행이 없다 ⑥법이란 것은 없다 ⑦공식 군대가 없다 ⑧대사관이 없다 ⑨세계 어느 나라도 인정하지 않는다 ⑩응답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탈레반이 모든 사람들의 메시지와 휴대폰 내용을 검열하고 있어 지금 나눈 대화를 다 지워야 한다"며 "당신이 우리의 상황을 세상에 알려 반향을 일으키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A씨는 "동생과 달리 형(38)은 카불에 간 뒤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A씨는 탈레반의 표적이 돼 집과 차량이 공격당하는 등 생명에 위협을 느껴 2013년 조국을 탈출했다.
서부자바주(州)에 살고 있는 아프간 난민 B(40)씨도 현재 카불에 있는 아내 가족의 근황을 전했다. 그는 "(가족이) 매우 낙담한 채로 겁에 질려 있다"며 "그저 집에만 숨어 있어서 외부 상황은 잘 모르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관심을 가져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인도네시아에는 7,692명의 아프간 난민이 있다. 대부분 탈레반을 피해 오래전 탈출한 사람들이다. 집계되지 않은 인원을 더하면 1만2,0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19일 기자가 180명이 거주하는 자카르타 칼리드르스(kalideres) 난민촌을 직접 찾아갔을 때 난민들은 조국에 남겨둔 가족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있었다.
◆관련 기사 <"지하실에 숨은 가족 발각 위기, 기도해달라" [인니 아프간 난민촌 르포]>: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81916400001557?di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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