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카불 함락 전 가동 작전명 '미라클'... "공항에 못 모여" 장소 바꾼 게 '신의 한 수'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국민 391명을 탈출시킨 작전명 '미라클'은 카불 함락 이전인 8월 초부터 논의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작전 초기에는 공항 주변 탈레반의 검문과 통제 때문에 아프간 국민을 26명밖에 모으지 못해 암운이 드리우기도 했지만, 공항 인근 장소로 집결지를 변경하는 '신의 한 수'로 희망자 모두 모이게 한 뒤 미군의 도움을 받아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만기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기적과도 같은 이번 작전 과정을 공개했다.
김 실장은 이번 수송 작전이 갑작스럽게 진행된 것이 아니라 15일 수도 카불이 함락되기 전부터 계획됐었다고 밝혔다. 그는 "저희들은 8월 초부터 논의가 있었다"며 "원래는 우리 정부가 민항기로 수송할 계획이었고, 군 수송기는 민항기가 제한될 때 (투입할) 계획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8월 15일 카불이 점령됐는데, 이렇게 빨리 카불이 탈레반한테 점령될 것을 모르고 있었던 상황이라 우리 대사관도 급작스럽게 철수했다"며 "굉장히 위기의식을 느껴 8월 30일까지가 마지노선이라고 생각, 그 이전에는 철수를 시켜야 되겠다고 해서 급작스럽게 군용기를 투입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며칠 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우리를 도왔던 한 400여 명은 데려와야 되지 않을까 싶다"라는 취지로 말했던 게 사실은 8월 초부터 내부적으로는 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한국으로 탈출을 희망하는 아프간 국민을 모으는 과정은 더욱 극적이었다.
김 실장은 "언론에도 나왔지만 카불 공항 내외로 2만여 명의 인원이 혼잡하게 있어 공항의 몇 개 게이트로는 정말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래서 첫날 작전을 (실행) 하는데 기지 안으로 들어온 인원이 총 26명밖에 안 돼 정말 많이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카불공항과 한 시간 거리의 안전지역인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공항에 수송기가 대기하고 있다가 사람들이 (카불) 공항 안으로 들어오면 대기 중인 수송헬기를 띄우는 걸로 돼 있었다"며 "앞서 호주도 50명밖에 못 싣고 나갔고, 독일도 7명 싣고 나갔다는 말도 있었고, 벨기에는 들어와서 한 명도 싣고 나가지도 못했고, 네덜란드 같은 경우는 군용기 접근도 안 됐던 사례들도 있어 혹시 우리도 그렇게 되는 거 아닌가 매우 걱정했다"고 회상했다.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게이트로는 하루에 기껏해야 20, 30명 정도밖에 들어올 수 없다고 판단한 우리 정부와 군은 절체절명의 순간 승부수를 던졌다.
김 실장은 "사실 카불 지역은 통신도 제한된 부분이 많이 있고, 실제 카불 공항 현지에 간 인원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전파 간섭이 굉장히 많아 끊김 현상이 심한데, 정말 기적적으로 모든 희망자들과 소통이 됐다"며 "우리 현지 선발대하고 (아프간 국민은) 연락은 다 되는데 (공항이 혼잡해) 모이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보니까, 재집결지를 선정해주는 '신의 한 수'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공항 인근의 저명한 지역으로 선정해서 '그쪽으로 모이라'고 지정해 주고, 사람들이 모이면 대기하던 버스를 대고 대고 해서 들어오게 되는데 버스로 들어오더라도 탈레반 기지가 검문하는 곳을 통과해야 하는 제한 사항이 또 있었다"며 "탈레반과 미군은 철수와 관련해 '미군이 승인하는 인원은 철수해도 좋다'는 일부 약정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미군의 도움을 받아 탈레반의 검문소를 통과했다"고 공개했다.
김 실장은 "300여 명이 기지 안으로 들어온다고 했을 때 정말 기쁘고 지금도 가슴 설렌다"며 "미라클이라는 작전명처럼 정말 기적이 일어나는구나라는 생각에 다들 아주 기뻐했다"고 감격해했다.
또 "대사관에서 대상자들을 선정을 할 때부터 잘 관리했고, 우발상황 시 이렇게 하라는 것이 잘 짜여 있던 것 같아 조직적으로 잘(작동)돼 제한 상황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과가 있었다"며 "외교부의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고 칭찬했다.
김 실장은 "이번에 한국에 오는 아프간 현지인들은 70여 가족"이라며 "영·유아가 100여 명 되고, 6세에서 10세 인원도 한 80여 명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도 KC-330(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에 많은 인원이 타고 온다"며 "(흩어지지 않도록 가족 단위로) 가족들이 영·유아들을 안고 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한국을 도와 한국으로 오는 아프가니스탄 국민은 총 391명이다. 1차로 378명을 태우고 이날 새벽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공항을 이륙한 군 수송기(KC-300)는 이날 오후 4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