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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에 美 시민권자 1500명 남았는데…국방부 "31일 후 군 개입 없다"

입력
2021.08.26 09:15
수정
2021.08.2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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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국무장관 "6000명 중 4500명 대피"
실제 시민권, 영주권자 수는 여전히 미지수

2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 미 육군 82 공수사단 장병들이 무기를 살피고 있다. 카불=미 육군 제공·AFP 연합뉴스

25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국제공항에 미 육군 82 공수사단 장병들이 무기를 살피고 있다. 카불=미 육군 제공·AFP 연합뉴스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 아직 1,500명의 미국인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정된 철군 시한이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정부는 마지막까지 귀환 희망자를 안전하게 대피시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오는 31일 이후에는 미군이 더 이상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으면서 아직 탈출하지 못한 미 국민은 물론, 현지인들이 위험 속에 놓일거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5일(현지시간) 국무부 기자회견에서 "아프간에 있던 미국 시민권자는 6,000명이었고, 이 중 4,500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남은 1,500명 중 500명의 시민권자와 최근 24시간 이내 접촉했으며, 유일한 탈출 통로인 카불 공항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고도 덧붙였다.

나머지 1,000명의 경우 접촉 노력 중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아프간을 떠났을 수 있고, 아프간 잔류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봤다. 그간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아프간 현지에 남거나 대피한 미국인이 '수천 명' 선이라며 정확한 수치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처음으로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한 셈이다.

블링컨 장관은 철수 시한 연장 없이 기존 방침대로 31일 아프간에서 철군한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도, "떠나길 희망하는 미국인과 미국에 조력한 현지인을 돕는데 마감 시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군대는 철수하지만 이후에도 경제·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대피를 돕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 역시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미국으로 돌아오길 희망하는 전 세계 국민들에게 우리가 끝까지 지원할 것이란 설명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종류의 지원에는 군사적 역할이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철군 이후 더 이상 미군 개입은 없을거란 얘기다. 그는 또 군대가 카불 공항에서 완전히 철수할 경우 미국은 공항에 대해 더는 책임이 없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경우 아프간 현지인을 비롯해 미처 탈출하지 못한 이들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블링컨 장관이 밝힌 '미국 시민권자 6,000명'은 대사관에 등록한 사람 기준이어서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 게다가 영주권자는 포함되지도 않는다. 검문소에서 구타와 죽음을 무릅쓰고 있는 현지인들을 어떻게, 얼마나 도울지 역시 불투명하다.

때문에 외신들은 한 목소리로 미국의 대피 노력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 CNN방송은 "전쟁을 도운 많은 아프간인 역시 자신의 대피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며 "카불 공항 밖의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상황은 영주권자, 아픈 아이 등 아프간인이 공항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AP통신 역시 "위험에 처한 수천 명의 아프간인이 공항에 진입하려 발버둥 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은 이날 최근 24시간 동안 미군과 연합군이 90대의 항공기를 동원해 1만9,000여 명을 아프간 밖으로 이동시켰다고 밝혔다. 윌리엄 테일러 합참소장은 "39분마다 피란민을 태운 항공기가 한 대씩 이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불 공항 대피 작전을 위해 급파됐던 미군도 철군을 시작했다. 폭스뉴스는 관계자를 인용, 400명 이상의 미군이 이미 떠났고 카불 공항에 5,400명의 미군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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