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내정 불간섭" 의기투합한 中·러… 서방과의 진영 갈등 격화하나

입력
2021.08.26 00:58
수정
2021.08.26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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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지역 영향력 확대 의도" 해석
서방국 개입 차단… 탈레반 접촉면도 확대

2019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2019년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의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P 연합뉴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점령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가 더욱 밀착하는 분위기다. 양국 정상은 25일 전화 회담을 갖고 “아프간 내정 불간섭” 원칙을 천명했다. 사실상 미국과 서방 국가를 겨냥한 발언으로, 향후 아프간 사태에 관한 국제 논의를 주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프간 문제가 도화선이 돼 진영 갈등이 더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관영 중앙방송(CCTV)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전화로 아프간 정세와 향후 공조 방안을 논의하고 △아프간 내정 간섭 반대 △테러세력 단절 촉구 등에 뜻을 같이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아프간의 주권과 독립, 영토 보전을 존중하며 내정 불간섭 정책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현재 아프간 정세는 외부 세력이 정치 모델을 강제로 관철시키는 정책이 통하지 않으며 관련 국가에 파멸과 재앙을 가져올 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화답했다. 서방 국가들의 아프간 정책 실패를 꼬집으며 더는 아프간 문제에 개입하는 걸 용인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셈이다.

양국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탈레반을 지렛대 삼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뜻도 숨기지 않았다. 시 주석은 “아프간의 모든 당사자들은 협상을 통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정치 구조를 구축하고, 온건하고 안정적인 대내외 정책을 시행하며, 각종 테러조직과 단절해야 한다. 세계 각국, 특히 주변국과 우호적으로 지내도록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와 중국은 아프간 문제에 대해 유사한 입장과 공통의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다자 메커니즘에 적극 참여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향후 아프간 사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과의 접촉면도 넓혀가고 있다. 왕위 아프간 주재 중국대사 일행은 전날 카불에서 탈레반 고위 인사 압둘 살람 하나피가 이끄는 대표단과 만나 아프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중·러가 탈레반과의 밀착 행보를 가속화할 경우, 서방과의 진영 갈등이 더 첨예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다만, 서방 국가들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시한(31일) 연장 문제로 분열 조짐을 보이면서, 아프간 미래에 관한 논의는 각국의 이해 관계와 맞물려 한층 복잡하게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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