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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우호적인 러시아마저... '아프간 대피 작전' 나선다

입력
2021.08.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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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국방부 "군용수송기 4대 아프간 파견"
500명 대피 목적... 우크라인 등도 포함돼
'현지 정세 통제 불가능' 우려하고 있는 듯
푸틴 "아프간 사태 군사적 개입 생각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통합 러시아당'(여당)의 전당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통합 러시아당'(여당)의 전당대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아프가니스탄에 체류 중인 자국민은 물론, 옛 소련권 국가 국민들을 대피시키는 작전 수행을 위해 군용 수송기 4대를 조만간 현지에 파견한다. 최근 아프간을 재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관계임에도 불구, 현지 정세의 불안정성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의 자국민 대피 행렬에 러시아도 동참한 셈이다.

25일(현지시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시로, 군용 수송기를 이용해 아프간으로부터 러시아 국민과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회원국 국민, 우크라이나 국민 등 500여 명을 탈출시키기 위한 작전이 준비됐다”고 밝혔다. 4대의 수송기가 러시아 남부 울리야놉스크에 집결했고, 각 항공기엔 필수 의료진과 의료장비, 의약품 등이 비치됐다고 국방부는 덧붙였다. 다만 대피 작전의 구체적 일정과 내용 등에 대해선 함구했다.

눈에 띄는 것은 크림사태 등으로 갈등 관계인 우크라이나 국민도 이번 작전의 대피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서로에 대한 악감정을 잠시 접어야 할 만큼, 아프간 상황이 점점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는 인식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공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CSTO는 2002년 옛 소련의 일부였던 러시아와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6개 나라가 결성한 군사·안보 협력기구다.

사실 러시아는 서방과 마찬가지로 탈레반을 테러단체로 지정했으나, 탈레반 지도부와는 꾸준히 접촉을 유지해 왔다.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있는 러시아대사관도 폐쇄 또는 이전하지 않고 여전히 유지 중이다. 탈레반 역시 러시아에 대해선 우호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러시아는 아직 탈레반 정권 승인 여부에 대해선 유보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전날 아프간 사태에 군사적 개입을 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열린 통합러시아당(여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우리는 아프간 내정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모두가 모두를 상대로 싸우는 아프간 분쟁에 우리 군대를 투입할 생각은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 소련은 아프간 주둔 경험이 있고, 우리는 그곳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1979~1985년 옛 소련은 아프간에서 현지 반군과 전쟁을 치렀는데, 승리하지 못한 채 철수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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