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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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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선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정반대였단 소리까지 들립니다.”
허탈감이 역력했다. 순식간에 밑바닥으로 떨어진 회사 평판을 부정할 순 없었지만 착잡한 심정도 숨기긴 어려운 듯했다. 한때 국내 최고 기업인 삼성전자마저 제치고 취업준비생들의 선호도 1위 기업으로 평가됐기에 자괴감은 더 컸다. 국내 포털업계 공룡기업인 네이버에서 10년 넘게 몸담아 온 직원이 세간의 우스갯소리라고 전한 뼈아픈 자화상이다. 지난 5월 말, 업무상 스트레스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숨진 네이버 직원의 사고를 바라본 따가운 시선이다. 그는 “큰 사고가 나고 3개월이 지났지만, 사내에서 체감적으로 달라진 건 솔직하게 별로 없어 보인다”고 토로했다.
사실, 네이버는 비극적인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정착된 비대면 생활 속 최대 수혜주로 주목됐다. 징후는 실적에서 확인된다. 네이버는 2분기(연결기준)에 검색광고와 전자상거래 등 주력 사업의 호조로 매출 1조6,635억 원과 영업이익 3,356억 원을 가져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다.
하지만 폭언과 구시대적인 갑질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네이버의 깜짝 실적 또한 얼룩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네이버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직원 4,028명(임원급 제외) 가운데 익명의 설문에 응한 1,982명 중 52.7%는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털어놨다. 네이버를 향해 “무조건 윽박지르는 꼰대 문화로, 지금까지 실적 우선주의만 추구해 온 게 아니냐”고 지적한 네티즌들의 저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 셈이다. 그동안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 혁신의 아이콘으로 각인됐던 네이버 위상을 감안하면 충격적이다. 전직 네이버 관계자는 “당장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제대로 말을 못했을 뿐이지, 네이버의 직장 내 갑질은 유명했다”고 귀띔했다.
뒷수습 과정에서 감지된 잡음 또한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노조와 회사 측의 쌍방 간 불신이 상당하다. 노조 측은 “노조를 빼놓고, 사내 문화도 잘 모르면서 회사 측으로부터 지명된 사외이사들이 중심이 돼 노사 문제 해결책을 찾겠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느냐”며 답답하단 입장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현재 이사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체제 구성에 들어갔다”면서도 “노조는 원래 회사에 부정적인 곳 아니냐”고 전했다. 현재 마련 중인 이번 사고와 관련된 재발방지 대책에 노조 측의 직접적인 의견 수렴은 어려울 것이란 뉘앙스다.
격노했다고 알려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힘은 진심으로 이야기하고 서로 신뢰의 끈을 놓지 않고 어려울 때일수록 힘을 합쳐왔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전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네이버의 이번 사태는 폐쇄적인 '불통 문화'에서 불거졌다. 고인에게 가해졌던 인격살인 행위 등은 경영진에게 보고됐지만 묵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상태라면 “새로운 체제에선 더욱 건강한 문화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며 직원들을 다독인 이 창업자의 신뢰도만 떨어질 판이다. 지금이야말로 네이버에 필요한 건 제대로 된 소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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