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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등장에도 싱거웠던 野 '비전발표회'…"학예회냐"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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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대선주자 12명이 25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이달 말 시작되는 당 대선후보 경선에 앞서 각자의 비전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국민의힘 내홍의 도화선이었던 정책토론회를 우여곡절 끝에 비전발표회 형식으로 바꾼 만큼, 각 주자들은 토론을 통한 상대주자들과 격돌하기보다는 자신의 경쟁력과 매력을 부각하는 데 더욱 힘을 쏟았다.
이날 서울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대선주자 국민 약속 비전발표회'에서 각 주자들은 7분 동안 출마 이유와 국정운영 비전을 소개했다. 정책토론회 형식을 포기한 만큼 상호토론은 없었다.
가장 기대를 모은 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비전발표회 참석 여부를 두고 이준석 대표와 한바탕 기싸움을 벌인 탓이다. 윤 전 총장은 발표자로 나서 "국민을 코로나 위기에서 보호하는 것을 국정 어젠다의 1순위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의 긴급 구조 프로그램 가동, 거리두기 방역체계 조정, 세제지원책 등을 언급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선 조국도, 드루킹도, 김경수도, 추미애도 없다는 것을 약속드린다"며 '공정과 상식'이라는 가치를 복원시킬 적임자임을 재차 강조했다.
윤 전 총장의 발표 내용은 출마선언문과 대동소이했지만, 스타일은 확 달라졌다. 정치 신인으로서 '지적받은 부분을 바로 고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앞서 '쩍벌남'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자세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이날은 양복 상의 단추를 잠근 채 90도 인사를 하며 단정한 모습을 강조했다. 잇단 설화를 의식한 탓인지, 준비한 원고 중심의 발표로 실수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도리도리' 습관은 그대로였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기성 정치' 비판에 나섰다. 그는 "국민들은 어느 정당을 지지하든 위기감, 답답함, 절망감을 느끼는데 정치 오래 한 분들은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며 "정치가 부끄럽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출마선언 시 '준비 부족'이라는 질타를 받았지만, 이를 신인의 장점으로 활용한 것이다.
그간 '반(反)문재인'만 외친다는 비판을 의식한 탓인지, 그는 "정권교체는 분노의 결집만으로 이뤄낼 수 없고 과거 청산이 목적이 돼선 안 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경험이 많은 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스티브 잡스식 프레젠테이션(PT)에 나섰다. 원고를 읽는 데 급급한 신인들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유 전 의원은 "내년 대선은 1% 승부로 중도층, 수도권, 청년층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권 교체할 수 없는데, 제가 그 지지층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후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원 전 지사는 캐논변주곡을 배경 음악으로 틀면서 "원희룡이 문재인 정부에 빼앗긴 꿈을 찾아 국민들에게 돌려드리겠다"고 호소했다.
홍준표 의원은 연단에서 원고를 읽는 전통적인 연설을 택했다. 그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국정개혁'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현 정권이 만든 적폐를 청산하고 행정, 경제, 교육 등 사회 전반에 걸친 법치와 공정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꽃 튀는 경쟁은 없었다. 홍 의원이 발표회 후 "초등학교 학예회 같다"고 꼬집은 이유다. 윤 전 총장이 정책토론회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뒤 당 지도부가 비전발표회로 변경하면서 행사가 급조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유 전 의원도 "각종 원고 읽기만 하는 발표회가 돼서 싱겁게 됐다"고 말했다.
발표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킨 대선주자도 많지 않았다. 마지막 발표자인 유 전 의원 차례 때는 박찬주 전 육군 대령, 최 전 원장, 하태경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4명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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