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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의 위험한 승부수... ‘31일 아프간 철군 시한 준수’ 먹힐까

입력
2021.08.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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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시한 연장 의견에도 기존 입장 유지
바이든, '탈레반 협력 없다면 시한 연장' 가능성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시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방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시한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방을 나서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두고 주요 7개국(G7) 긴급 정상회의가 열린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오전 9시 30분 시작된 화상 정상회의를 마친 뒤 낮 12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갖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계속 회견 시간 지연 메시지가 들어왔다.

결국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백악관 루스벨트룸 기자회견장에 선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시한(8월 31일)을 지키겠다고 발표했다. 다섯 시간을 끌 정도로 논란과 고민이 깊었던 결정이었다. 탈레반의 협조 등 조건을 내걸어 시한 연장 가능성을 남겨두기는 했지만 '위험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G7 유럽 동맹국의 반발, 현지 테러 발생에 따른 미군 희생이나 아프간 잔류 미국 시민 억류 사태 같은 돌발변수 가능성도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그의 판단은 적절한 것일까.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현재의 속도라면 31일까지 (철수작전을) 마칠 수 있다”며 “더 빨리 마칠수록 더 낫다”라고 말했다. 특히 무장·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인 IS-K의 카불 공항 테러 가능성도 언급했다. 현지 철수작전에 속도가 붙었고 시간을 끌 경우 미국에 유리할 게 없는 만큼 기한 내에 마치겠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미국은 23일 오전 3시부터 24시간 동안 2만1,600명의 미국인, 동맹·우방국 관계자, 아프간 협력 주민을 카불에서 철수시켰다. 24일 반나절 동안에도 역시 1만2,000명이 아프간을 빠져 나왔다. 14일 이후 철수 인원은 7만700명에 달한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현지에 주둔 중인 미군 5,800명 중 300명이 철수하는 등 31일 철수 시한을 맞추기 위한 움직임은 이미 본궤도에 올랐다.

한 미군 장병이 24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현지 아프간 협력자의 공군 C-17 수송기 탑승을 안내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한 미군 장병이 24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현지 아프간 협력자의 공군 C-17 수송기 탑승을 안내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동시에 23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아프간에 보내 탈레반의 실질적 지도자인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비밀회동을 갖도록 했다. 다만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결과 탈레반은 31일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하며 시한 내 미군 철수를 압박하고 있다.

물론 철수 시한 연장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G7 회의 후 성명에서 “31일 임무 완료는 철수 인력의 공항 접근을 비롯해 탈레반의 계속된 협조에 달려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국방부와 국무부에 필요하다면 (철수작전) 일정을 조정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요구했다”라고 밝혔다. 탈레반이 철수작전을 방해한다면 아프간에 미군이 계속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압박이었다.

관건은 상황 관리다. G7 중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철수 시한 연장을 요구했지만 미국의 고집을 꺾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바이든 대통령이 유럽과의 관계에서 부상을 입은 곳에 소금을 뿌렸다”라고 지적했다.

탈레반 및 테러조직 견제도 필요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외교가 우왕좌왕하면서 탈레반의 장악력은 강화됐고, 미국인이 떠나면서 자국민과 아프간 협력자를 구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나라들을 위한 선택권은 줄어드는 참혹한 역학관계를 바꾸지 못했다”라고 꼬집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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