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철수 고민 많은 바이든, 일단 “기존 시한 31일 유지”

입력
2021.08.25 06:29
수정
2021.08.25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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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긴급 정상회의 개최 아프간 철수작전 논의?
미군 철수 시한 일단 유지…연장 가능성도? 거론
‘탈레반 방해하면 미군 주둔 연장’ 조건 압박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철수 시한 유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철수 시한 유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군 시한(8월 31일)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탈레반이 철수 인력의 카불 공항 접근을 막아 철수가 지연될 경우 미군 주둔 일정이 연장될 수 있다는 경고도 곁들였다. 미국은 하루 2만여명의 인력을 철수시키며 작전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탈레반이 외국인을 제외한 아프간 국민의 공항 접근을 막겠다고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CNN “현지 테러 위협이 조기 철군 이유”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 등과 화상 정상회의를 가졌다. 백악관은 G7 정상회의 종료 후 젠 사키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아침 G7 정상들과의 회의에서 우리의 목표 달성에 따라 카불에서의 임무가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는 우리가 현재 속도라면 8월 31일까지 철수 작업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또 “매일 지상작전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IS-K)의 위협이 증대되고 있다. 8월 31일 임무 완료는 철수 인력의 공항 접근이 계속해서 이뤄지는 것을 포함해 탈레반의 협조에 달려 있다”라고 바이든 대통령이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은 국방부와 국무부에 필요하다면 일정을 조정하기 위한 비상계획을 요청했다”라고 덧붙였다.

백악관 설명은 현재 속도대로라면 31일 철군 시한 내 모든 인력을 철수시킬 수 있는 만큼 현 시점에선 굳이 시한을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탈레반의 방해로 철수하지 못하는 인원이 생길 경우 철군 시한이 연장될 수 있다는 경고도 곁들인 셈이다. 카불 공항 주둔 미군에 대한 테러 위협이 커지는 것도 철군을 서두르는 핵심 이유라고 미 CNN은 전했다.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아프간 현지인과 외국 체류자가 22일 수도 카불의 하마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의 C-17 글로브매스터3 수송기에 오르고 있다. 카불=AP 뉴시스

탈레반 치하의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려는 아프간 현지인과 외국 체류자가 22일 수도 카불의 하마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의 C-17 글로브매스터3 수송기에 오르고 있다. 카불=AP 뉴시스


G7 정상 “31일 이후에도 안전 통로 보장 필요”

이날 오전 열린 G7 정상회의에서는 8월 31일 이후에도 원하는 사람이 안전하게 출국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다. 올해 G7 의장국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긴급 정상회의 후 “G7은 오늘 단순히 공동 대피 방법뿐만 아니라 탈레반을 어떤 방식으로 상대할지 로드맵을 합의했다”며 “첫 번째 조건은 8월 31일 이후에도 안전한 통로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슨 총리는 또 “G7은 탈레반과의 관계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며 “막대한 자금이 동결될 경우 아프간은 테러의 온상이 될 수 없다”라고 밝혔다.

G7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판단하겠다”며 “향후 아프간 정부의 정당성은 국제적인 의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재 취하는 접근 방식에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탈레반이 테러를 방지하고 여성, 소녀, 소수민족의 인권을 책임져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회의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G7 정상은 물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참석했다.

2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 출입문을 향해 차량가 민간인들이 몰려들고 있는 모습을 위성에서 촬영한 사진. 카불=AFP 연합뉴스

2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 출입문을 향해 차량가 민간인들이 몰려들고 있는 모습을 위성에서 촬영한 사진. 카불=AFP 연합뉴스


하루 2만명 철수…물밑에선 CIA-탈레반 회동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아프간에 보냈다. 그는 23일 아프간 카불에서 탈레반의 실질적 지도자로 평가 받는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비밀 회동을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회동에서는 미군 철수 시한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시한 내에 현지 미국인을 모두 철수시키지 못할 경우 카불 공항에 주둔한 미군 병력이 31일 이후에도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뜻을 밝혀왔다. 영국과 프랑스 등도 주둔 시한 연장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탈레반은 31일을 ‘레드라인’으로 규정하며 시한 내 미군 철수를 압박해왔다.

미국은 23일 오전 3시부터 24시간 동안 2만1,600명의 미국인, 동맹ㆍ우방국 관계자, 아프간 협력 주민을 카불에서 철수시켰다. 지난 14일 이후 5만8,700명, 7월 말 이후 기준으로는 6만3,900명이 철수한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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