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한국에 조력한 아프간인 400여명 국내 이송 추진

입력
2021.08.24 19:31
수정
2021.08.24 21:32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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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수송기 3대 파견, 이송 작전 진행"
로이터 "2001~2014년 한국군 도운 이들"
아프간 난민, 주한미군 기지 수용안은 폐기

2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인들이 미국 공군의 C-17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국외로 탈출하려는 아프간인들이 미국 공군의 C-17 수송기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탈레반을 피해 탈출한 아프가니스탄인 가운데 과거 한국 기관과 협력한 이들을 대상으로 국내 피난처 제공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2001년부터 아프간 재건 작업에 참여한 한국군과 구호 인력들을 현지에서 도운 이들이 대상이다.

외교부는 24일 “아프간에서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해 온 현지인 직원 및 가족을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군 수송기 3대를 아프간과 인근국에 보내 작전을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분들은 수년간 우리 대사관과 한국 병원, 직업 훈련원 등에서 근무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보안 상의 이유를 들어 이송 작전 수행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은 조만간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국 측 관계자들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아프간에서 한국군과 한국의 구호인력을 도운 아프간인 약 400명을 한국으로 이송하기 위해 미국과 공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지 조력자 대다수는 2001~2014년 아프간에 파병된 한국군을 보조했거나, 2010~2014년 재건임무에 참여한 의료인력, 기술자, 통역자 등으로 알려졌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아프간에서 한국을 도운 현지인의 국내 이송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짧게는 1년, 길게는 7~8년을 우리 공관과 병원 등에서 근무한 분들인데,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면서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2001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아프간을 침공한 미국의 지원 요청에 따라 비전투부대를 파병했다. 군 부대는 2007년 12월 철수했으나, 정부는 최근까지 국제사회와 함께 아프간 재건을 지원하면서 다수의 현지인을 고용했다. 이들은 외국 정부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했다며 한국 정부에 도움을 요청해왔다.

정부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인권 등을 고려해 이들의 처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아프간인 수용에 대해 "인권으로 대표되는 인도주의적 입장과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난민·이민 정책을 포괄해 검토해야 한다"며 "여러 논쟁이 있을 수 있겠으나 국익과 인권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더는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에 아프간 난민들을 임시수용하는 방안을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당초 미 행정부가 검토했던 주한미군기지에 아프간 난민 일부를 수용하는 시나리오를 폐기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한국과 일본은 수송과 지리적 이유 등으로 (난민 수용국가) 목록에서 빼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아주 초보적인 가능성을 초기 단계에 논의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심각하게 논의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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