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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이 우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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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경기관광공사 사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나라가 시끄러웠다. 친여 인사인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내정되면서다. 보은 인사 논란이 막말 파문으로 치달으며 뜨거운 설전이 벌어졌다. 결국 황씨의 자진 사퇴로 일단락됐지만 관광업계 사람들은 이번 사태를 착잡한 심경으로 곱씹고 있다.
황씨 본인은 자격이 있다고 강변하지만 과연 지역 관광공사 수장이 필요한 전문성을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을까. 큰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도 없는 데다 그나마 관련 있다고 내놓은 경력은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만신창이가 된 관광업계는 이런 논란이 치욕스럽기만 하다. 두터운 지원과 격려가 절실한 상황에 도리어 ‘관광 폄하’ 인사 행태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유독 관광 분야에선 비전문가의 낙하산 인사가 지속돼왔다. 지난 10년간 한국관광공사의 사장 자리를 보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귀화한 방송인 이참씨, 디자인 브랜드 전문가 변추석씨,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지낸 정창수씨가 관광공사 사장을 지냈다. 재미동포 방송인 자니윤이 관광공사 감사를 맡아 구설에 오른 것도 그때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미디어오늘 편집국장 등을 거친 안영배씨가 사장에 올랐다.
이들 모두 내정 당시 자신이 적격자라고 강변했지만 사실 관광과 연결고리를 찾기 쉽지 않은 인물들이다. 전문성이 결여됐음에도 관광공사 사장 자리를 꿰찬 이들의 공통점은 대선 캠프 출신이란 것이다. 진보정권 보수정권 가리지 않았다. 정권마다 말로는 관광산업의 중요성을 외쳐대면서 정작 관광을 아무나 하면 되는 식은 죽 먹기의 영역으로 취급해온 것이다.
내가 하는 관광과 남을 맞는 관광은 천양지차다. 관광은 이제 어엿한 산업이다. 팬데믹이 끝나면 제일 먼저 폭발적으로 커질 분야 또한 관광산업이다. 당장 일자리 창출 등 침체된 내수를 붐업시키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비행기 몇 번 타보고, 지역 둘레길 몇 번 걸었던 경험으로 “나도 관광 조금 안다”고 하는 인물들이 진두지휘할 분야가 아니란 말이다.
“잘 모르는 사장이 와서 제대로 업무를 익히는 데 1년 넘게 걸리더라”는 게 관광공사 고위직 출신 인사들의 전언이다. 자신의 미천한 여행 경험을 토대로 아이디어라도 내면 더 골치라고 했다. 사장이 낸 의견이니 바로 무시할 수도 없고, 추진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무슨 낭비인가.
지방 시군의 관광과 직원들도 관광학 석·박사 공부를 해가며 지역 관광의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바닥에선 그런 작은 몸부림들이 애를 쓰고 있는데, 정작 최고 윗자리엔 전문성 없는 낙하산들만 계속 내려앉고 있다.
관광은 치열하게 공부하고 준비해야 할 미래산업이다. 이를 이끌어갈 자질 있는 리더들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 없다. 관광이 대선 캠프를 기웃거린 대가로 챙겨갈 ‘공신전(功臣田)’의 영역이 아니란 말이다.
다음에도 이런 인사가 반복될지, 가뜩이나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관광인들에게 또 모멸감을 안겨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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