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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NGO에 협력한 가족… 탈레반 무서워 집 밖 못 나가"

입력
2021.08.24 19:00
수정
2021.08.24 21: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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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귀화 아프간인 아짐씨 인터뷰]
"친형, 보복당할 위기… 탈레반 마주칠까 두려워해"
"NGO 협력자는 이송 대상 제외… 정부가 나서달라"

아프가니스탄 출신 아짐(37)씨가 2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 앞에서 한국 기업 등에 협력한 아프간인과 가족을 구출해달라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아프가니스탄 출신 아짐(37)씨가 2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 앞에서 한국 기업 등에 협력한 아프간인과 가족을 구출해달라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한국 음식도 잘 먹고,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어요. 그러니 저희 가족 좀 구출해주세요."

아프가니스탄 출신 무하마드 아짐(37)씨는 아프간 주재 한국 기업에서 일한 인연으로 2008년 한국에 왔다. 이곳에서 결혼해 두 자녀를 얻었고, 어느덧 모국 음식보다 한국 음식이 익숙해졌다. 지난해엔 귀화 신청도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한국에서 안정적 생활을 꾸리고 있는 아짐씨이지만, 요즘은 도통 잠을 못 이룬다. 무장조직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에 가족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형 대냘(40·가명)씨는 2013년쯤 아프간 재건을 위해 현지에 진출한 국내 비정부기구(NGO) 단체에서 일했던지라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탈레반이 서방 국가에 협력한 자국민을 색출해 보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짐씨는 24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형과 자주 연락하는데, 탈레반을 마주칠까봐 무서워 집 밖에 안 나가고 있다고 들었다"며 "탈레반의 권력이 더욱 막강해지면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협력자들도 공격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아짐씨 일가는 탈레반 주축인 파슈툰족이 아니라 소수 민족인 하자라족이어서 걱정이 더 크다. 그는 "형이 사는 지역은 대부분 하자라족이 살고 있어서 위험한 도시 중 한 곳"이라며 "탈레반이 점령했을 때 민족이 다르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을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탈레반은 지난달에만 하자라족 민간인 남성 9명을 살해했다.

대냘씨 가족은 탈레반이 순식간에 아프간을 점령하는 바람에 탈출 시기를 놓쳤다. 유일한 희망은 한국 정부가 구출해주는 것이다. 실제 외교부는 우리 정부 활동을 지원한 현지인 직원 및 가족을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군 수송기를 보냈다.

하지만 대냘씨는 이송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아짐씨는 "한국군에 협력했던 사촌은 정부에서 연락을 받았다고 하는데, 형은 구출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정부기관이나 한국군,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등에서 일한 사람만 (이송 대상에) 해당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짐씨를 포함한 재한 아프간인들은 전날 외교부 앞에서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과 NGO, 교회 등을 도운 사람들도 구출해달라면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아짐씨는 "한국도 아프간 전쟁에 동참한 만큼 협력자와 가족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종교도 문화도 달라 반대하는 한국인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우리는 얼마든지 한국 문화에 맞게 달라질 수 있다"고 호소했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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