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선수에게 경기용 의족은 사치인가

입력
2021.08.24 22:00

파라스노보드 국가대표 김윤호 선수. ⓒottobockkorea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다. 일상 생활, 훈련장, 경기장에서 단 하나의 신발만 신었다. 신발에 닿는 살점이 뭉개지고 까졌다.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 파라스노보드 국가대표 김윤호 선수의 이야기다. 오토바이 사고로 다리를 절단하게 된 김 선수는 의족 하나를 일상생활과 훈련·경기에 모두 사용했었다. 일반 의족을 운동할 때 쓰다 보니 의족 주위 살이 다 까지고 피가 나기 일쑤였다. 훈련용 의족을 받게 되면서 드디어 달리기를 할 수 있게 됐다.

도쿄 패럴림픽이 개막했다. 패럴림픽이야말로 메달 색깔과 관계없는 올림픽 정신의 집합체다. '내 몸에 대한 자신감'을 잃었던 사람들이 나와의 싸움에서 이겨 가는 과정이다.

이들 패럴림픽 선수들은 자기 자신 외에도 열악한 환경과 싸워야 한다. 경기용·훈련용 의족은 수천만~1억 원에 달한다. 한국에서 의족 지원은 200만~300만 원 수준에 머문다. 교통사고, 당뇨 등으로 여전히 중도 절단장애가 발생하는데 국가대표조차도 살 엄두가 안 나는 고가의 운동용 의족은 과연 사치에 불과할까?

지난 평창 패럴림픽 때 동메달 획득으로 감동을 선사한 파라 아이스하키팀은 훈련 과정이 비장애인 팀에 비해 열 곱절은 힘들다. 부피 큰 장비를 둘 곳이 없어 지하 보일러실에 두기도 하고, 활동지원인을 찾지 못하기도 한다. 휠체어가 접근 가능한 숙소나 식당을 찾기도 어렵다.


파라 아이스하키 정승환 선수가 운동용 의족을 착용하고 러닝 훈련을 하는 모습. ⓒottobockkorea


이런 문제는 장애 지원에 대한 철학이 빈곤한 데 그 근본 원인이 있다. 장애인용 보조기기는 어느 나라나 국가 지원금이 기술의 밑바탕이 된다. 보조기기는 사람의 몸을 섬세하게 연구해서 만들어야 하기에 제작 단가가 높은데 지원금 수준이 낮은 한국에서는 보조기기를 만드는 회사들이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한다. 보조기기 수가가 낮다 보니 보조기기를 처방해줘야 할 병원들 중에서도 자체 제작실을 갖춘 병원이 극히 드물다.

좋은 보조기기가 만들어지면 착용자뿐 아니라 가족, 지원인들의 삶의 질도 같이 높아진다. 나만 하더라도 휠체어를 타는 딸을 안아 옮기고 휠체어를 운반해야 해서 어깨와 허리가 성하지 않다. 무게가 가벼워 이동하기 좋은 전수동휠체어를 아이가 타게 되면서 통증이 훨씬 줄었다. 좋은 보조기기는 의료비도 줄이고 건강보험이 지는 사회적 부담도 낮출 수 있다.

고령화 시대, 장애 없이 삶을 마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몸에 손상이 있더라도 질 높은 삶을 살아가고 싶은 건 인간의 기본적 욕구다. 그래서 보조기기 시장은 더 커지고 고도화되고 있다. 100년 이상 일상생활용뿐 아니라 운동용 의족을 만들어 온 오토복 같은 독일 강소기업이 아직도 매출이 성장하는 이유다.

패럴림픽 선수들이 그저 '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좀 더 잘 달릴 수 있는' 보조기기를 지원받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비단 국가대표 선수뿐이랴. 장애가 있든 없든 활발히 취미생활을 바라는 게 사치일까. 외국에는 장애인 골프 토너먼트가 있을 정도로 휠체어 골프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한국에서는 '장애인이 무슨 골프냐'며 골프장에 골프 휠체어를 들여오는 것도 꺼린다고 한다. 패럴림픽을 계기로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을 기존의 '그저 살아가는 것' 수준이 아닌 당사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해 보면 어떨까.



홍윤희 장애인이동권증진 콘텐츠제작 협동조합 '무의'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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