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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난민의 길' 내몰린 아프간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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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도, 마땅히 누워 잘 곳도 없다.
지난 18일 터키 동부 타트반 접경지대. 깜깜한 밤 풀숲에서 칭얼대던 어린 아이는 아빠 품에 안긴 채 잠을 청했다. 아이를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는 아빠는 불안한 미래만큼이나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국외로 탈출하려는 인파가 하루에도 수만 명씩 몰리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선 부모와 떨어진 아기를 안고 있는 미군 병사의 모습이 흔하다. 부모의 넓은 품이 그리운 아기는 병사의 가슴에 폭 안긴 채 떨어질 줄 모른다. 입을 굳게 다문 미군 병사의 표정에서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할 수 있다.
아프가니스탄 어린이들이 탈레반 무장세력을 피해 탈출하는 부모를 따르거나 혹은 따로 떨어진 채 고달픈 난민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아프간 난민은 올해에만 55만여 명을 넘어섰다. 이들 중 80%에 달하는 44만여 명이 아동, 부녀자, 노인 등 약자들이다. 특히, 아동의 경우 먹을 것이 부족한 난민 행렬 속에서 국경지대 풀숲이나 노지에서 잠을 청하는 등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위생 관리는 꿈도 꾸지 못하다 보니, 언제든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경을 봉쇄하고 난민 유입을 가로막는 국가가 늘면서 최악의 상황을 피해 국외로 탈출한 이들의 미래는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초 약 50만 명 이상의 아프간인들이 위험을 피해 국외로 탈출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미군 철수가 본격화된 지난 3개월 동안 이미 약 100만 명이 국외나 국내 도피처를 찾아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최근 아프간인들의 엑소더스가 본격화하면서 험난한 난민의 길로 내몰리는 아동들의 숫자도 크게 늘고 있다.
월드비전 국제구호개발은 지난 19일 ‘세계 인도주의의 날’을 맞아 아프가니스탄 아동들을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은 "아프가니스탄의 급격한 정세 변화로 인해 아동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했으며, 이들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행동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820만 명의 아동을 포함해 아프가니스탄 인구 절반인 1,840만 명이 인도적 지원과 보호가 필요한 상황이며, 인구의 30% 이상은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도 9월이면 난민을 포함한 아프간 아동 10만여 명이 기근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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