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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은 다르다" 하더니… 성추행 피해 부사관 극단 선택 시도

입력
2021.08.24 12:00
수정
2021.08.24 14:1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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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계룡대 육·해·공군본부 정문 전경. 뉴스1

충남 계룡대 육·해·공군본부 정문 전경. 뉴스1

공군과 해군에 이어 육군에서도 성추행 피해를 당한 부사관이 2차 가해 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은 올 6월 국회에 출석해 “육군은 공군처럼 성폭력 사건을 지연 처리한 적이 없다”고 장담했었다.

24일 육군과 피해자 측에 따르면, A 하사는 지난해 4월 임관해 부대로 전입한 지 일주일 만에 직속상관인 B 중사로부터 “교제를 하자”는 요구를 받았다. 이에 A 하사가 정중하게 거절하자 B 중사는 이후 강제추행과 성희롱, 협박 등을 일삼았다.

참다 못한 A 하사가 4개월 뒤 부대에 신고했고, 곧바로 다른 부대로 전출된 B 중사는 중징계(해임)를 받고 전역 조치됐다. 그러나 형사처벌은 없었다. 본격적 수사는 지난해 11월 A 하사가 민간인이 된 가해자를 고소한 뒤에야 이뤄졌고, 수원지검은 6월 가해자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군 관계자는 “당시 피해자의 고소 의사가 확인되지 않아 징계 절차를 먼저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성폭력은 신고 자체가 고소 의사로 간주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해명은 궁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해자가 전역한 뒤 A 하사를 향한 2차 가해도 계속됐다. 피해자 언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동생이 성추행 신고를 한 후 부대 내에서 ‘부대 분위기 흐리지 말고 떠나라’ 비난하는 간부들, ‘성적으로 문란하다’는 헛소문을 내는 간부까지 생기며 2차 가해가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또 “다양한 2차 가해로 결국 부대 전출을 택했지만 건강했던 동생은 스트레스로 인한 잦은 기절, 구토, 하혈, 탈모, 불면, 공황장애를 가진 채 1년이 넘도록 고통 속에 있다”고 말했다. 수차례 극단적 선택을 한 A 하사는 현재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언니는 6월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 사망사건’을 계기로 운영된 군 성폭력 특별신고기간에 동생의 피해를 군 당국에 신고했다. 육군 관계자는 “현재 육군본부 중앙수사대에서 2차 가해는 물론, 당시 수사 및 형사 처벌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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