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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농구' 21년만의 패럴림픽... "감독님, 하늘에서 보고 계시죠?"

입력
2021.08.24 16:15
수정
2021.08.24 16:30
22면

故 한사현 감독 빈자리 무겁지만
주장 조승현 "도와주실 거라 믿어"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지난 2019년 12월 IWBF(국제휠체어농구연맹) 아시아·오세아니아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도쿄행 티켓을 따낸 뒤 자축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고 한사현 감독. 뒷줄 가운데 검은 옷을 입은 선수가 대표팀 주장 조승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지난 2019년 12월 IWBF(국제휠체어농구연맹) 아시아·오세아니아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도쿄행 티켓을 따낸 뒤 자축하고 있다. 맨 오른쪽이 고 한사현 감독. 뒷줄 가운데 검은 옷을 입은 선수가 대표팀 주장 조승현.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우린 꿈에 그리던 도쿄에 왔는데, 감독님은 안 계시네요."

한국 남자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25일 오후 8시30분 일본 도쿄의 무사시노노모리 종합스포츠플라자에서 2020 도쿄패럴림픽 조별리그 A조 1차전 스페인전을 치른다.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무려 21년 만에 밟는 패럴림픽 본선 무대다. 가슴 벅차고 설레는 게 당연하지만 마냥 감상에 젖어있을 수만은 없다. 작년 세상을 떠난 고(故) 한사현 감독의 빈자리 때문이다.

한 전 감독의 못다 이룬 꿈에 계속 도전하기 위해선 슛, 리바운드 하나도 대충할 수 없다. 한 전 감독과 오랜 기간을 함께한 주장 조승현(38)은 24일 진행된 공동취재단과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안 계셔 마음이 무겁지만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으로 부딪치겠다”라며 “감독님도 하늘에서 지켜보며 당신의 농구 DNA를 코트에서 펼칠 수 있게 도와주실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한국 휠체어농구의 대부’ 한 전 감독은 1991년부터 국가대표로 활약, 2000 시드니 패럴림픽 때 한국 휠체어농구 사상 처음으로 본선 무대를 밟았다. 은퇴 후에는 2010년부터 지도자로 대표팀을 이끌었고, 2014년 인천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첫 8강(6위)의 성적도 냈다. 한 전 감독의 다음 목표는 2000년 시드니 대회 이후 맥이 끊긴 △패럴림픽 출전과 △4강 진출이었다. 2018년 간암 진단을 받고 코트 지도와 투병을 병행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 12월 IWBF(국제휠체어농구연맹) 아시아·오세아니아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하며 도쿄행 티켓을 따냈다. 그런데 이번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로 패럴림픽이 1년 연기됐고, 한 전 감독은 작년 9월 영면했다.

남은 선수들은 그러나 이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올해 3월 고광엽(49) 감독 체제로 재정비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다른 대표팀과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가 없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그래도 영상 분석 등을 통해 상대팀에 대비했다. 대표팀의 장점은 스타팅 멤버 5명 전원이 득점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득점원이 2~3명으로 한정된 다른 팀에 비해 공격 옵션이 다양하다.

휠체어농구 대표팀의 훈련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휠체어농구 대표팀의 훈련 모습.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한국은 스페인 캐나다 터키 콜롬비아 일본과 같은 조다. 조 4위 안에 들면 8강에 진출한다. 그런데 첫 상대부터 만만치 않다. 스페인은 2016년 리우 대회 은메달 팀이다. 조승현은 “스페인은 A조 최강팀”이라며 “상대가 누구든 우리 농구를 하면 된다. 준비한 대로 보여준다면 언더독(underdog·약자) 이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신구 조화가 잘 돼 있다. 세계적인 센터 김동현을 잘 활용할 예정”이라고 했다.

목표는 한 전 감독이 생전에 외쳤던 4강이다. 물론 현재 전력으론 쉽지 않다. 조승현은 “첫 번째 목표는 조별리그 통과 및 8강 진출”이라며 “조별리그에서 1위를 한다면 8강 대진표 상 4강까지 꿈꿀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조 2~4위로 8강에 오르면 세계 3강(미국 영국 호주)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어려운 경기가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오는 9월 26일은 한 전 감독의 기일이다. 마음 같아선 모든 선수들과 함께 메달을 영전에 바치고 싶은 심정이다. 김영무(43) 대표팀 코치는 “최소한 한 전 감독님이 이루었던 성과(세계 6위)는 꼭 넘은 뒤 찾아 뵙고 싶다. ‘수고했고 고맙다’란 말을 듣고 싶다”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도쿄=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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