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주한미군기지, 아프간 난민 수용 가능성 전혀 없다"

입력
2021.08.24 00: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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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과 우리 안보 비교에 "터무니없다"
국방예산 연계 분담금 협상엔 실책 인정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오대근 기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3일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주한미군기지에 수용하는 문제와 관련해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무혈입성한 아프간 상황을 우리나라의 상황과 비교하는 지적에 대해선 "황당하고 터무니없다"고 발끈했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프간 난민 주한미군기지 수용 문제와 관련해 "한미가 초기 단계에 아주 초보적인 가능성을 논의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심각하게 논의되지 않았고 관련 협의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가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논의가 진전되진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주한미군기지는 우리 영토로 주한미군이 난민을 수용하더라도 반드시 우리 정부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며 "비용도 모두 주한미군이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가 아프간 피란민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찾고 있다"며 미국 외에도 한국을 포함해 일본,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 내 미군기지가 검토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와 관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정리된 것은 지리적 여건이나 편의성에 따라 미국은 중동이나 유럽 지역에 있는 미군기지를 활용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프간 난민 수용 문제는 국민의 수용 여부를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대단히 복잡하고 신중해야 하는 문제"라고 했다.

우리의 대(對) 아프간 현지 협력사업에 조력한 아프간인 수용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정 장관은 "아프간에 종합병원 건설 등 현지 협력사업에 직접 참여하거나 도움을 준 아프간인들이 상당수 있는데, 이 중 한국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분들도 있다"며 "이분들을 안전하게 우리나라로 이동하는 방법에 대해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정부가 담당했던 아프간 내 병원, 학교 건설에 협력한 아프간인은 약 400여 명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많은 국민들이 아프간 사태를 보고 인천 공항이 카불 공항처럼 되지 말란 법이 있느냐며 걱정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대해선 "황당하고 터무니없는 비교"라며 "우리 정부는 민주적일 뿐 아니라 확고한 안보관을 가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통위는 이날 올 3월 타결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 비준동의안을 통과(찬성 9명, 기권 2명)시켰다.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회에서 부대 의견으로 제시한 대로 차기 협상 때부터는 국방예산 증가율과 연동하지 않고 현실적인 방안으로 협상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협상 당시 물가상승률이 아닌 국방예산을 연동한 것에 대해 실책임을 인정한 셈이다. 정부가 2025년까지 연평균 6.1%씩 국방비를 올리기로 한 이상 방위비분담금 인상분도 매년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정승임 기자
송진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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