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약속 뭉갠 민주당, 국민의힘 투기 의혹에 "국민이 지켜본다"

입력
2021.08.23 20: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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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의원 12명 탈당 권고했지만
비례 2명만 출당·10명 당적 유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6월 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결과보고회'에서 조국 전 장관 및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 6월 2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국민소통·민심경청 결과보고회'에서 조국 전 장관 및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로남불과 부동산 문제 불신 해소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 6월 발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민주당 의원 12명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자, 송 대표는 이들의 자진 탈당을 권유하며 이 같이 말했다. 송 대표의 극약 처방에 민심은 박수로 호응했다. 송 대표는 “정당 사상 전무후무한 선택이다. 민주당을 떠나고 외면하던 분들이 민주당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송 대표의 탈당 권유는 용두사미가 됐다. 탈당 권고 77일째인 23일까지 제 발로 민주당을 떠난 의원은 없다. 12명 중 지역구 의원 10명은 민주당 당적을 유지하고 있다. 비례대표인 윤미향, 양이원영 의원은 출당됐지만, 이는 국회의원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김주영, 문진석, 서영석, 윤재갑, 임종성 의원 등 5명은 권익위의 의혹 제기 직후 탈당계를 제출했지만, 민주당은 처리하지 않았다. 탈당을 거부하는 김수흥, 김한정, 김회재, 오영훈, 우상호 의원 등 나머지 5명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23일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 결과가 나오면 일괄적으로 의원 12명에 대한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서영석, 우상호 의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에 대해서도 특수본 수사 결과를 더 기다려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특수본 수사 결과가 언제 나올지 불확실하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당 지도부가 칼만 빼 들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며 “보여주기 ‘쇼’였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했다.

권익위가 23일 국민의힘 의원 12명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지만, 민주당은 제대로 반격할 수 없는 처지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권익위가 전수 조사하면 투기 의혹이 쏟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의혹 '건수'도 민주당과 비슷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더 센 징계로 강수를 두면, 민주당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권익위 조사 결과와 관련, "(이준석 대표가) ‘무관용 원칙’을 내세웠던 만큼 국민의힘 처분 결정에 국민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엄정한 조치를 내놓길 바란다"며 원론적 입장을 내놓았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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