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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오염 물질"... 안건조정위 '53분'은 혐오·독선으로 얼룩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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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더불어민주당을 저지하기 위한 제도적 마지노선은 지난 1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의 안건조정위원회였다. 안건조정위는 여야의 견해차가 큰 법안을 민주주의·의회주의 원칙에 따라 최대한 합의 처리하기 위해 설치되는 기구다.
23일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한 18일 안건조정위 회의록에는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언론에 앙갚음하느라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는 과정이 낱낱이 적혀 있다. 속기사가 발언을 기록하고 있었는데도, 양당 의원들은 언론에 대한 혐오를 굳이 숨기지 않았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동수(각 3명)로 구성된다. 민주당은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넣는 꼼수를 썼고, 김 의원은 민주당과 '한 몸'이 되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 의원은 한겨레신문 기자에 이어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속기록엔 언론에 대한 그의 적개심이 기록돼 있다.
오염물질 배출 벌금인 5,000만 원에 비해 언론에 물리는 벌금 1,000만 원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민주당은 언론사에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액의 하한을 없애려 했다. 하한을 두는 것에 '감정'이 실렸다는 논란이 컸기 때문이다. 안건조정위에서 김 의원은 '1,000만 원 하한 재도입'을 고집했다. 그가 1,000만 원을 주장한 논리는 이렇다.
"대기환경보전법상 굴뚝에서 오염 물질을 (무단) 배출할 때 매기는 벌금이 5,000만 원이다. 언론이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고 극단적 대립을 부추기는 것, 그래서 우리 사회가 너무나 큰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그렇게 많은 액수가 아니다."
언론 보도를 대기를 더럽히는 오염 물질에 빗댄 것으로, 악의적인 비유다. 김 의원이 강성 민주당 지지층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어제 야당 위원들께서, 국민의힘 위원들께서….
김의겸 의원
김 의원은 자신이 안건조정위원으로 지명된 것이 '꼼수'라는 국민의힘 위원들의 지적을 적극 반박했다. "민주당 법안에 무조건 찬성하는 들러리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김 의원 지명에 반발한 국민의힘 위원들이 퇴장한 뒤 회의장 문이 닫히자 김 의원은 표변했다. 민주당 의원들과 서로 '한 식구'를 자처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야당 위원들이 없지만, 더욱더 충실한 법안 논의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의겸 의원을 사실상 '여당 위원'으로 여긴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김의겸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사의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 수정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어제 야당 위원들이, 국민의힘 위원들이 가장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며 '야당 위원들'과 자신 사이에 선을 그었다.
오늘 야당 위원님들이 안 계시지만, 계셨어도 충분히 수용 가능한 범위 내 들어와 있다고 봐서….
전용기 민주당 의원
안건조정위의 언론중재법안 심의에는 민주당 안건조정위원 3명과 김의겸 의원 등 4명만 참여했다. 이들은 언론중재법 개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과 언론단체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자의적으로 넘겨 짚었다. 안건조정위 심의가 '요식행위'라는 방증이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야당도 수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건조정위원장인 이병훈 의원도 "그동안 야당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의견을 많이 받아들였다"며 맞장구를 쳤다.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다.
안건조정위에선 국민의힘과 언론단체들이 독소 조항으로 꼽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되는 '허위·조작 보도'의 기준이 모호한 점 △고의·중과실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전가한 점 △'보복적' '반복적'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등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문구가 법안에 포함된 점 등에 대한 논의는 일절 생략됐다. 단 1분도 논의되지 않았다.
법안 심의는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수많은 쟁점을 품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 심의를 마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3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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