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 시민 식량 구해 직접 배달… 베트남의 극단적 코로나 방역책

입력
2021.08.23 15:45

일반 시민 이동 완전봉쇄 목표?
호찌민? 등 2주간 군 집중 투입

21일 코로나19 방역 작전에 투입되는 베트남 하노이의 군 병력이 호찌민 떤선넛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21일 코로나19 방역 작전에 투입되는 베트남 하노이의 군 병력이 호찌민 떤선넛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위기에 빠진 베트남이 호찌민 등 주요 감염지에 군 부대를 대거 투입했다. 주·야간 이동을 통제했던 '16호 지시령'까지 먹히지 않자, 모든 시민들을 거주지에 묶어 둔 뒤 군대가 직접 식량을 구입·배달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모든 일상 활동의 완전봉쇄인 셈인데, 이 같은 극단적 방역 정책은 2주 동안 유지될 예정이다.

23일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베트남 정규군 3만5,000여 명은 이날부터 내달 6일까지 남부 호찌민과 빈즈엉성 전역에서 방역 작전을 벌인다. 최우선 활동은 식자재와 생필품 대리 구매와 전달이다. 시민들이 △쌀 △건면 △통조림 △설탕·소금 △식용유 △신선식품 등의 식료품과 생필품을 일주일에 한 번 신청하면, 군 병력이 이를 대신 구매해 직접 각 가정으로 배송한다. 시민들은 상품의 브랜드를 선택할 수 없으며, 주문 물량에 대한 계산만 할 수 있다. 다만 고위험군 지역(레드존) 거주 빈민들은 군이 정한 식량과 생필품을 무료로 배급받는다.

22일 베트남 호찌민에 배치된 군경이 군용트럭을 타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22일 베트남 호찌민에 배치된 군경이 군용트럭을 타고 있다. VN익스프레스 캡처

군은 주요 거점에서의 선제 방역 활동도 강화한다. 당초 주요 검문소에서 이동 허가증만 확인하던 소극적 통제를 넘어, 군 병력과 경찰 60명이 한 조가 돼 시민의 이동과 집합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군과 중앙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전날 부득담 부총리가 호찌민으로 내려가 긴급상황본부를 점검했고, 필요 시 군은 병력을 충원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응오민띠엔 베트남 인민군 부참모장도 "우리 군 의료진은 치료시설에서, 나머지 병력은 시민들에게 필수품을 나눠주는 임무를 각각 철저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배급 및 통제 사회'가 1986년 도이머이(개혁·개방) 정책 시행 이후 34년 만에 재등장한 베트남은 최악의 코로나19 확산세 속에 있다. 전날엔 역대 최다인 1만1,34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1만 명 이상 확진자 발생은 19일 이후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연일 최악의 상황이 거듭되자 대다수 호찌민 교민들도 한국행을 추진 중이다. 확진 교민 2명이 전날 호찌민 떤선넛 국제공항에서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귀국하는 등 최근 6명의 한국인이 코로나19 긴급 치료를 위해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호찌민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긴급 귀국이 어려운 주재원 당사자를 제외한 가족 대부분이 현지 생활을 정리하는 분위기"라며 "이번 달에만 같은 아파트 동에 살던 30여 교민 가구 중 절반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등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해 있다"고 말했다.

22일 코로나19에 감염된 한국 교민 2명이 호찌민 떤선넛 공항에서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한국으로 긴급 이송됐다. 호찌민 한인회 제공

22일 코로나19에 감염된 한국 교민 2명이 호찌민 떤선넛 공항에서 에어 앰뷸런스를 타고 한국으로 긴급 이송됐다. 호찌민 한인회 제공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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