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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中에 굴욕 없다”… 대만, 자체 개발 코로나 백신 첫 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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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능한 빨리 대만 동포들이 전염병을 극복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중국 백신 도입을 방해하는 정치 장벽을 거두라.”
5월 17일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
중국의 이 같은 코로나 백신 물량 공세에 눌려 있던 대만이 반격에 나섰다. 자체 개발한 메디젠 백신을 23일부터 맞기 시작했다. 차이잉원 총통이 첫날 접종 대열에 앞장서며 분위기를 띄웠다. 다만 백신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지 못한 건 부담이다. 대만이 백신을 무기로 중국에 맞선 독자 노선에 속도를 낼지, 아니면 시행착오를 자초할지 기로에 섰다.
대만은 한때 ‘방역 모범국’으로 불렸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올 4월 20일까지 인구 2,380만 명 가운데 누적 확진자는 1,047명, 사망자도 11명에 불과했다. 대만 정부는 지난해 3,00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4월 이후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허점이 드러났다. 여태껏 실제 도입 백신은 40만 회분에 그쳤다. 5월에는 하루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면서 타이베이 등 주요 도시 방역이 최고 수위로 치솟았다. 하루아침에 ‘방역 낙제생’으로 전락하자 중국은 “본토에 건너와 무료로 백신을 맞으라”고 꼬드기며 차이잉원 정부를 조롱했다.
미국(250만 회분), 일본(340만 회분) 등 우방국이 백신을 보냈다. 대만을 민주주의 보루라고 칭송하며 손을 맞잡았다.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21일 기준 백신을 두 차례 모두 맞은 대만의 접종률은 3.2%로, 세계 평균(24%)은 고사하고 방글라데시(3.7%)보다도 낮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 “백신 부족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만은 자국산을 택했다”고 전했다.
대만은 올 초 화이자 백신 500만 회분을 들여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물밑 작업에 막혀 무산됐다. 국제사회 힘의 논리를 절감한 순간이었다. 심지어 중국은 중남미 온두라스와 파라과이에 백신을 지원, 전 세계에 고작 15곳만 남은 대만의 수교국을 흔들어댔다. 정부가 머뭇대는 사이 매월 수천 명의 대만인들이 최소 3배 넘는 웃돈을 주고 비행기표를 구입해 백신을 맞으러 미국으로 날아갔다.
보다 못한 민간이 나섰다. 기업과 종교 단체가 중국에서 생산하는 화이자 백신 공급계약을 잇따라 맺었다. 대만 야당은 정부의 무능을 물고 늘어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 독립세력을 응징하겠다고 연일 압박해 왔다. 따라서 대만 자체 개발 백신은 차이 정권이 모든 악재에서 벗어날 유일한 해법이었다. 천휴이치 미 오리건주립대 공중보건학 교수는 “대만은 전염병과 중국이라는, 보건과 정치의 이중 바이러스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고 평가했다.
대만이 ‘백신 주권’을 향해 호기롭게 첫발을 내디뎠지만 효능과 안전성 논란은 여전하다. 임상시험 3상 단계에서 긴급 승인을 내준 탓이다. 법원이 기각하긴 했으나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이 백신 허가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대만 당국은 접종 대상을 당초 36세 이상에서 2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500만 회분을 접종할 예정이지만 실제 예약인원은 70만 명 선에 그쳐 얼마나 기대에 부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백신을 맞더라도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의 승인을 통과하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백신 여권’ 자격을 얻지 못해 국내용에 머물 수도 있다. 이에 대만이 자칫 전 세계 백신 대열에서 뒤처져 고립되는 ‘백신 고아’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제조사 측은 “미국과 멕시코에서 3만 명 대상으로 90%의 효과를 나타냈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항체가 3배 많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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