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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일원화 정착과 과유불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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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사법시험 합격 후 2년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사람 중에서 바로 법관을 선발하였다. 그러나 판사가 세상물정을 너무 모른다거나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 대안으로 일정기간 법조경력을 거친 사람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는 ‘법조일원화 제도’의 도입이 추진되어 왔다.
김대중 정부에 설치된 사법개혁추진위원회, 노무현 정부 시절의 사법개혁위원회에서는 ‘5년 이상’의 법조경력자를 법관으로 선발해야 한다고 제시하였다. 2011년 한나라당이 다수였던 국회 사개특위에서 법원조직법이 개정되었는데, 종전 논의와는 달리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자 중 법관을 선발하도록 하였다. 결과적으로 5년에서 10년 사이의 경력을 가진 사람이 법관이 되는 길은 막힌 것이다.
법조경력이 많은 법관을 충분히 선발할 수 있다면야, 최소 10년이 아니라 15년, 20년의 경력이라도 요구할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법조일원화 시행 결과를 보면, 법관지원자 중 10년 이상 법조경력자 비율은 초기에 20%대, 최근에는 10% 이하로 낮아졌다. 대법원은 지원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법률지식 관련 전형 방식과 비중을 완화시켜왔으나, 대세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사법정책연구원은 그 원인과 향후 전망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변호사와 신임 법관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 결과 80% 이상이 10년 이상은 과도하고, 5년 이상이 적정하다고 답하였다. 그 이유로 10년 이상이면 법조경력자들이 각 직역에서 자리를 잡게 되므로 법관으로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답이 가장 많았다. 복잡한 판결문 작성 등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연령대가 너무 높다는 답과 법관사회의 지나친 고령화·보수화에 대한 우려가 뒤를 이었다.
법관에게 필요한 덕목은 다양한 경험, 의사소통 능력뿐만 아니라 사명감, 공정성, 성실성, 열정과 용기 등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사회경험이 많아질수록 얻는 것도 있지만, 잃어버리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법조경력 10년 이상을 요구할 때, 초임 법관 대다수의 연령은 40대 초중반이 되고, 법관의 평균연령은 50대 초중반이 될 것이다. 필연적으로 나이와 세대라는 측면에서 법관의 다양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130만 명이라는 엄청난 변호사 풀 중에서 법관을 선발하는 미국에서도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요구하는 주는 8개에 불과하다.
명분이 과해지면 현실과 멀어지고, 제도는 실패의 길로 접어든다. 10년 이상의 법조경력을 요구하여 법관지원자의 풀을 더욱 좁히는 데 대하여, 법원이나 변호사단체 등 대다수가 우려를 표하는 데에는 나름의 고심과 이유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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