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법원, 가혹행위 피해자에 일정 안 알리고 선임병들 구속영장 기각"

입력
2021.08.23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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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심사 일정 고지 안해… 항의하자 "과실이었다"
군인권센터 "5차례나 피해사실 확인하고도 불구속"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뉴스1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뉴스1

공군 제18전투비행단(18비행단)에서 병사간 집단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군사법원이 가해자로 지목된 선임병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해자 측은 법원이 관련 일정을 알려주지 않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못했고, 구체적 진술과 증거에도 불구속 결정이 내려진 점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관련기사: 가스창고에 후임 가두고 불씨 던져… 공군 또 '가혹행위' 의혹)

군인권센터는 23일 "공군본부 보통군사법원이 이달 12일 주요 가해자로 지목된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불구속 사유는 △영내에 있어 도주 우려 없음 △범죄 중대성 및 재범 위험성 없음 △범죄 혐의 상당성 부족이다.

센터는 피해자가 영장실질심사 일정을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센터 관계자는 "이 때문에 법원에 의견을 진술하지 못했고, 어떤 범죄사실이 인정됐는지도 확인할 수 없었다"면서 "명백한 피해자 권리행사 방해"라고 말했다. 피해자 측이 군사법원에 항의하자 "우리 과실로 기일을 통지하지 못했다"면서 "불구속 사유는 (수사를 맡은)공군본부 중앙수사대에 물어보라"고 답했다고 한다.

피해자 측은 영장 기각 결정에도 항의했다. 센터는 "40분에 걸친 집단구타, 상습 폭행과 감금, 방화에 성폭력까지 저지른 가해자들 행태를 얼마나 더 상세히 입증해야 하느냐"라며 "피해자는 다섯 차례 조사에서 그림을 그려가며 가혹행위 피해를 반복 진술했고, 전투복에 부착된 태극기가 방화로 탄 흔적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수사대는 즉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고, 군사법원은 피해자 법률대리인 참석 하에 제대로 심사하고 속히 영장을 발부하라"고 요구했다. 센터는 피의자들이 각목으로 집단 구타하고, 전투복·전투모·마스크 등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면서 추가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피해자 조사 과정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센터에 따르면 피해자는 18비행단 군사경찰에서 세 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사건을 이첩받은 공군 중앙수사대는 재차 피해자 진술을 받았다. 당시 입원 대기 중이던 피해자가 '변호인 선임 후 진술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중앙수사대가 이를 묵살하고 불쑥 찾아와 조사를 강행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입원 후에도 변호인 조력을 받지 못한 채 추가 조사를 받았다. 이미 상세하게 진술했던 부분을 다시 조사했다는 것이 피해자 측 주장이다.

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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