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시도" "언자완박"... '언론중재법' 앞 똘똘 뭉친 야권 주자들

입력
2021.08.22 21: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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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언론재갈법" 최재형 "후보들 공동대응"
입법독주 막을 방안 없어... "권한쟁의심판 청구"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국회 소통관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를 예고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야권이 총력 저지할 태세다. 대선 주자들도 법안 내용과 취지, 절차적 결함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아예 공동 여론전에 나서자는 제안까지 나왔다.

尹 "법안 통과되면 법적·정치적 투쟁"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2일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중재법을 ‘언론재갈법’으로 규정했다. 윤 전 총장은 “이른바 민주화운동을 했다는 이 정권이 백주 대낮에 이런 사악한 시도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인 뒤 “법안이 통과되면 위헌 소송과 같은 법적 투쟁과 범국민 연대와 같은 정치 투쟁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ㆍ여당의 ‘속도전’에 꼼수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진짜 목적은 정권 말기 비판 보도를 틀어막아 집권 연장을 꾀하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를 군사정부 시절 정보부와 보안사의 사전 검열이나 다름없다고 했고, 검사 출신답게 언론중재법을 검찰 수사권 축소에 빗대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시키자 정권 비리 수사가 급속도로 줄었다. 정권 말 ‘비리’가 없어진 게 아니라 ‘비리 수사’가 사라진 것”이라며 “이 법도 똑같다”고 했다. 비리 제보, 보도만 위축될 것이란 뜻이다.

崔 "대선주자 비전발표회 연기해야"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청년 택배노동자와 만나 업계 고충 등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청년 택배노동자와 만나 업계 고충 등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뉴시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날 입장문으로 “문재인 정권 동안 저질러진 수많은 권력형 비리 의혹을 덮어버리기 위한 것”이라고 개정안 취지를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대선후보 전체 이름으로 언론 악법을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하자”면서 공동 대응을 제안했다. 25일 본회의와 대선주자 비전 발표회가 맞물리는 점을 겨냥해서도 “너무 한가하다. 연기하고 후보 전원이 당과 함께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주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야당이 막지 못하면 대통령이 된 후, 또 총선을 치른 후 분명히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3지대 출마를 저울질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 정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언자완박(언론 자유 완전 박탈)’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의 양대 축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공포 후 권한쟁의심판 청구" 엄포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등 현안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등 현안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구체적 투쟁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도 거론되지만,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막을 현실적 방안은 없다. 개정안 통과 후 다시 적절성을 다투거나 여론에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연 김기현 원내대표는 “법 공포 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안건조정위 구성과 운영 과정에서 국민의힘 위원들의 심의ㆍ표결권이 침해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징벌적 손해배상 요건과 열람차단청구권 등 법안 핵심 내용을 “위헌”으로 치부하며 헌법소원 가능성도 내비쳤다. 여야정협의체 역시 “청와대와 여당의 기본적 자세가 바뀌어야 진행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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