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윤석열의 '보수 헤게모니 쟁탈전', 이제 시작이다

입력
2021.08.22 19: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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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일주일도 못 가 다시 '폭발'
대선후보 뽑히는 11월까지 충돌 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움직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움직임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이 다시 폭발했다. 윤 전 총장 대선캠프에서 '이준석 체제 조기 종료'를 공개적으로 거론할 정도로 전운이 감돈다. '휴전'이 일주일도 가지 못한 것이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충돌의 본질은 '보수진영 헤게모니 쟁탈'이다. 이 대표는 권력이 당대표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힘의 무게추가 '차기 권력 1순위'인 윤 전 총장에게 기울어지면서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결정되는 11월까지 갈등이 계속될 수 있다.

◇윤석열 캠프의 '이준석 흔들기'?

민영삼 윤석열 캠프 국민통합특보는 22일 페이스북에 "정권교체 대업 완수를 위해 이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거나, 대선 때까지 묵언수행을 해야 한다"고 썼다.

이 대표 측은 이를 윤석열 캠프의 노골적 '이준석 흔들기'로 규정했다. 열흘 전 윤석열 캠프의 신지호 총괄부실장이 이 대표의 '탄핵'을 거론한 연장선상으로 본 것이다. "윤석열 캠프가 이 대표를 끌어내리고 '비대위 체제'로 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요신문 보도도 기름을 부었다.

윤 전 총장은 진화에 나섰다. 22일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라는 건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돼 임기가 보장된 당대표를 끌어내린다는 의미인데,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민영삼 특보도 즉각 해촉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서병수 의원과의 면담을 마친 후 대표실로 돌아가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서병수 의원과의 면담을 마친 후 대표실로 돌아가고 있다. 뉴스1


◇화해해도… 윤석열-이준석 물밑 갈등 계속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은 갈등설에 휩싸일 때마다 한발씩 물러서며 표면적으로는 봉합하는 태도를 취한다. 하지만 물밑 기싸움은 갈수록 살벌해지고 있다.

당내 세력을 불리고 있는 윤 전 총장 측이 이 대표를 포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20일 밤 국민의힘 의원들 단톡방에선 이런 일이 벌어졌다. 친윤석열계 의원들이 당 지도부와 경선준비위원회가 결정한 대선후보 경선 룰에 일제히 문제를 제기했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면서다. 이 대표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국민의힘 당원들도 이 대표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최근 '이준석 리스크'로 당과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흔들리자, 당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의 원로들에게 '이 대표 때문에 정권교체가 걱정된다'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정권교체 아직인데... 보수 헤게모니 싸움부터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줄다리기는 보수 권력 1인자를 둘러싼 싸움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보수 진영엔 구심점이 없었다. 지지율 20~30%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윤 전 총장의 등장으로 판이 바뀌었다. 윤 전 총장을 앞세워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세력과 당대표의 힘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는 이 대표가 정면 충돌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11월 9일 선출되는 대선후보가 내년 대선일(3월 9일)까지 당무 관련 전권을 갖는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기싸움이 11월 전엔 정리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김지현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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