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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잡겠다고 동물 의약품 먹지 말라”... 美FDA의 경고

입력
2021.08.22 17:00
수정
2021.08.22 17:1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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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구충제 '이버멕틴' 코로나19 예방·치료 소문
백신 접종률 낮은 미시시피주서 오용 사례 속출
주 보건당국도 "정말 미친 짓... 그러지 말라" 당부

동물 구충제 '이버멕틴'을 사람에게 사용하지 말라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경고 트윗. 트위터 캡처

동물 구충제 '이버멕틴'을 사람에게 사용하지 말라는 미 식품의약국(FDA)의 경고 트윗. 트위터 캡처


“당신은 말도 소도 아니다. 진심으로 그만하라.”

미국 식품의약국(FDA) 공식 트위터 계정에 오른 트윗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례적인 경고문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치료하거나 예방할 목적으로 사람들이 동물 구충제 ‘이버멕틴’을 복용하는 것에 대해 “근거가 없으니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FDA는 21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당신은 말이 아니며, 소도 아니다. 진심으로 그만하라”는 문구를 게재하면서 3월 이버멕틴 사용 주의를 당부하며 발표했던 문건을 링크했다. FDA가 승인받지 않은 약품을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버멕틴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는 ‘가짜 뉴스’가 확산하면서 실제 복용 사례마저 잇따르자 재차 주의보를 발령한 것으로 보인다.

FDA가 “코로나19에 걸린 인간을 치료하기 위해 이버멕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5개월 전 문건을 다시 꺼내 든 것은 미시시피주(州)에서 이버멕틴 오용 현상이 나타난 데 따른 것이다. 미시시피주 보건부는 전날 “최근 주 독극물센터에 접수된 사례 중 70% 이상이 가축용 이버멕틴을 복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건부 발표에 따르면, 신고자 중 85%는 가벼운 부작용만 나타났으나 최소 한 명은 이버멕틴을 과다 복용해 추가 관찰이 필요한 상황이다. 토머스 돕스 미시시피주 보건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정말 ‘미친(crazy)’ 짓이니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시시피주가 미국에서 1인당 발병률이 가장 높고 백신 접종률은 가장 낮은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미시시피주에서 이버멕틴 오남용 현상이 일어난 건 지난해 6월 호주 로열멜버른병원 연구진이 공개한 논문이 최근에서야 뒤늦게 관심을 끈 탓이다. 당시 연구진은 “이버멕틴이 시험관 내 실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실제 인체 실험에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확대 해석은 금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3월 이버멕틴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FDA도 “코로나19 치료 또는 예방 용도로 이버멕틴을 승인하지 않았으며 이 약은 항(抗)바이러스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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