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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난민, 한국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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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자녀 11명을 둔 미국 여성 연구자가 콘퍼런스에서 만났던 아프가니스탄 소녀 로봇공학팀 10명을 카타르로 구조한 사연이 알려지자 엄마로서, 학자로서 위대함에 찬사를 보내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아프간 10대 소녀의 편지를 공개하며 도움을 호소한 배우 앤젤리나 졸리에게도 박수를 치는 이들이 많다. 드물지만 "한국 페미니스트들은 뭐 하냐"거나 "한국 배우들도 좀 닮아라"며 엉뚱한 방향으로 튀는 댓글이 없지는 않다.
□ 정작 "우리도 아프간 난민을 받도록 하자"고 제안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나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에 대한 반응은 끔찍한 수준이다. 이들의 페이스북과 포털에는, 차마 그대로 옮길 수 없으나 "너부터 당해 보라"는 식의 악플이 줄줄이 달려 있다. 댓글이 아닌 일간지 기사조차 난민 돕기에 호응해 온 진중권·정우성씨에게 노숙인·이민자로부터 피해를 보는 내용의 영화를 추천하며 '알지도 못하면서 다문화·난민 문제에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지 말라'고 썼다.
□ 난민과 이슬람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이렇게 내 문제와 관련되는 순간 극도의 부정적·공격적 반응으로 치닫는다. 순혈주의 신화, 이슬람에 대한 무관심 내지 거부감, 다른 문화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그리고 우리도 먹고살기 힘든데 난민을 도와줄 여유는 없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그러나 폭력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와 이를 피해 도망친 난민을 동일시하면서 난민을 범죄집단으로 몰거나, 난민을 돕자는 이들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은 '우리 안의 혐오 본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 아프간 사태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은 한미 동맹과 자주 국방만이 아니다. 낯설고 먼 나라의 비극에 우리나라는 얼만큼의 연대와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느냐는 문제 또한 드러나고 있다. 국제 원조가 없었다면 자립하지 못했을 한국은 선진국이 되었다.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제도를 갖추었으면, 이제 타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 국제 사회에서의 책임을 가져야 할 때다. 철조망 위로 미군에 넘겨진 아이, 죽기를 기다린다는 여성들을 떠올리며 도울 방법을 이야기해 보는 게 그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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