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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우울’로 혼술ㆍ홈술 하다간 간 질환 유발?

입력
2021.08.2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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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쓰는 칼럼] 윤아일린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코로나19 대유행을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잦은 음주는 간 질환을 유발하는 지름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대유행을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잦은 음주는 간 질환을 유발하는 지름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1인 가구 증가에다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족’이 크게 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한 마음을 달래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 1인당 주류 소비량은 연간 8.5ℓ로 2008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한 해 7만 명 이상이 알코올 의존증으로 치료받고 있으며, 특히 여성의 알코올 의존이 늘고 있다(보건복지부 OECD 보건 통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체 알코올 간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20~30대에서 알코올성 간염 환자는 여성이 20%가량을 차지하며,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는 남녀 비율이 비슷하다.

만성적인 음주 습관은 쉽사리 고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집콕’으로 인해 소량씩 매일 즐기는 음주 습관은 알코올성 지방간과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 등 만성 간 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게다가 최근 술을 마시지 않아도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재택 근무 증가, 활동량 감소, 야식 증가 등 불규칙적인 생활 습관으로 몸무게가 늘어나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 5잔 이상ㆍ남성 7잔 이상 주 2회 음주하면 ‘고위험 음주’

주량은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고 기억하는 경우도 드물다. 대개 소주ㆍ맥주ㆍ막걸리ㆍ와인 등 주종과 알코올 도수가 다양하다. 하지만 각 1잔에 포함된 알코올 함량은 거의 비슷하며 대략 순수 알코올 10g을 포함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1표준잔을 순수 알코올 10g을 포함한 소주 1잔으로 제시하고 있다. 복지부는 1회 평균 음주량이 여성 5잔 이상, 남성 7잔 이상의 음주가 주 2회 이상일 때 ‘고위험 음주’로 정의한다.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는 간 질환이 없는 건강인에서 적정 음주량으로 하루 여성 1잔 이하, 남성 2잔 이하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한 음주량을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조금만 술을 마셔도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만성적인 음주는 200여 개 이상의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이 가운데 사망까지 이어지는 질병에는 심혈관 질환, 사고, 간경변을 포함한 간 질환, 암종 등이 있다.

그런데 술로 인해 가장 영향을 많이 주는 것은 알코올성 간 질환이다. 알코올성 간 질환은 알코올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알코올성 간경변을 모두 포함한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2주 동안 정기적으로 폭음하면 90% 정도에서 발생하지만 술을 완전히 끊으면 빠르게 호전된다. 대개 증상이 없기에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아 이 시점에 금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만성적인 음주가 지속되면 30%에서 간 염증이 동반되는 알코올성 간염이 발생한다. 알코올성 간염은 간 조직 검사 결과, 간 내 염증과 함께 잦은 염증으로 인한 간 내 섬유화가 동반된다. 이 단계에서는 50%가 간섬유화나 간경변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코올성 간염을 동반한 환자의 8~20%는 간경변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간경변으로 진행하기 직전 단계인 알코올 간염은 간 질환이 악화한다. 하지만 특징적인 증상, 소견, 생화학 검사 소견이 없어 조기에 적절한 진단ㆍ치료하는 이는 드물다. 환자들은 대개 복수(腹水), 말초부종, 근감소증, 정맥류 출혈 등을 동반한 간경변이 생긴 뒤에야 병원을 찾기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바이러스 간염 유병률이 높은 나라인데 만성적인 음주하면 간경변ㆍ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알코올성 간염ㆍ알코올성 간경변 등 음주와 관련된 간 질환 외에 만성 B형 간염, 만성 C형 간염, 간경변 등 다른 만성 간 질환이 있다면 1잔의 음주도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만성적인 음주가 가져올 수 있는 신체ㆍ정신적 폐해를 고려해 스트레스 해소, 혼자만의 사치, 개성의 표현법으로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윤아일린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윤아일린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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