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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이유 없이 두근두근… ‘돌연사 주범’ 부정맥 때문?

입력
2021.08.22 20:00
수정
2021.08.24 18:4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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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심전도 검사ㆍ24시간 홀터 검사로 확인 어려워?
심방세동 환자, 음주하지 않으면 돌연사 14% 줄여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느려지거나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면 부정맥일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 느려지거나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면 부정맥일 가능성이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갑자기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쿵쾅쿵쾅’ 뛰는 것 같거나, 불규칙적으로 ‘탕탕’ 치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가슴속에서 심장이 한 번 혹은 연달아 가볍게 덜컹대는 듯하다.”

부정맥(不整脈ㆍarrhythmia)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부정맥이 나타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이 20%에 그치고 있다. 부정맥으로 인해 돌연사하는 사람은 전체 돌연사의 90%나 된다. 이 때문에 부정맥을 ‘돌연사의 주범’으로 부른다.

◇발작성 빈맥ㆍ심방세동ㆍ심실성 빈맥 등 다양

심장은 몸의 펌프다. 심장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분당 60~100회를 규칙적으로 뛰는 것이 정상적이다. 그런데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거나(빈맥), 느려지거나(서맥),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면(심방세동) 부정맥이라고 한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증상은 매우 다양하다. ①‘조기 심장 박동’은 가장 흔한 부정맥으로 가슴이 ‘쿵’하거나 심장이 건너뛰는 느낌을 준다. 성인의 80% 이상이 이를 겪는다. 황교승 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조기 심장 박동은 일상생활에 별 지장을 주지 않지만 증상이 생기면 심장이 멎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생겨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②심장이 ‘쿵’하면서 갑자기 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는 ‘발작성 빈맥(頻脈)’은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지속된다. 증상이 심하면 어지러움ㆍ가슴 통증ㆍ실신 등이 생길 수 있다. 대부분 증상이 갑자기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하지만 발작성 빈맥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는 거의 없다.

③심장이 갑자기 불규칙하게 빠르게 뛰는 ‘심방세동(心房細動ㆍatrial fibrillation)’은 뇌졸중이나 심부전 등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부정맥이다. 뇌졸중이나 심부전으로 인해 목숨을 잃기도 한다. 심방세동은 전 인구의 2% 정도(100만 명)에서 나타나지만 병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치료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④심장이 느리게 뛰는 ‘서맥(徐脈)’은 어지럼증이나 피곤함, 실신 등을 일으킨다. 하지만 서맥도 증상이 심해지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⑤‘심실성 빈맥’은 부정맥 가운데 가장 위험해 돌연사의 가장 큰 원인이다. 5분 이내 심폐소생술(CPR)을 받지 못하면 큰일을 치를 수 있다.

오용석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부정맥은 이처럼 한 가지 질환이 아니라 심장의 정상 리듬이 깨지는 다양한 유형을 통칭한 질환 이름”이라고 했다.

부정맥은 갑자기 생길 때가 많아 병원에서 10초 동안 찍는 심전도 검사나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로는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부정맥은 갑자기 생길 때가 많아 병원에서 10초 동안 찍는 심전도 검사나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로는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심전도 검사만으론 진단 어려워

부정맥은 기본적으로 심전도 검사로 알아낸다. 하지만 부정맥은 간헐적으로 갑자기 생길 때가 많아 병원에서 10초 동안 찍는 심전도 검사나 24시간 홀터 심전도 검사로는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장기간 가슴에 패치를 붙이고 모니터링하는 웨어러블 연속 심전도 장비가 많이 나왔다. 패치형 연속 심전도는 부정맥 진단율을 높일 뿐만 아니라 검사법도 편리해졌다.

실제로 미국 지오패치로 14일간 장기 모니터링해 부정맥을 진단한 임상 연구 결과, 모니터링을 시작한 후 1일이 지난 뒤에 부정맥의 50% 정도가 확인됐고, 1주일이 넘으면 진단율이 크게 높아졌다.

최수연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순환기내과 교수는 “특히 심방세동 초기에는 부정맥이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심방세동 환자의 20~30%는 무증상이어서 며칠 동안 연속 측정하는 패치형 연속 심전도 검사가 매우 유용하다”고 했다.

부정맥으로 진단되면 약물로 대부분 치료할 수 있다. 심방세동의 경우 이를 제거하고 심장 리듬을 정상화하거나, 이를 놔둔 채 경구용 항응고제(와파린, NOAC)를 투여해 혈전을 예방하는 조치를 시행한다.

노태호 노태호바오로내과의원 원장(가톨릭대 명예교수)은 “심방세동을 포함한 빈맥과 불규칙한 부정맥 등은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우선적”이라며 “약물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효과가 없으면 전극도자절제술(부정맥 발생 부위를 50~60도 열을 가해 지져서 태워 없애는 것) 등 중재 시술을 시행한다”고 했다.

방사선 조사량을 줄인 ‘냉동풍선절제술(심방세동 발생 부위에 풍선을 넣어 영하 75도로 얼려 없앰)’도 시술 성공률이 높아졌다.

빈맥 가운데 돌연사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삽입형 심장 충격기’를 가슴에 넣는다.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맥박이 아주 느린 서맥이라면 심장박동을 일으키는 ‘영구 심박동기(Pacemaker)’를 가슴에 삽입하는 수술을 한다.

◇심장에 부담 적은 걷기 등 꾸준히 해야

부정맥이 있으면 술ㆍ담배ㆍ카페인을 끊고, 과로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심장병을 적극 치료하고, 고혈압ㆍ고혈당ㆍ이상지질혈증ㆍ동맥경화 같은 심뇌혈관 질환 선행 증상을 잘 관리해야 한다.

심장에 부담이 적은 적당한 운동, 즉 호흡이 가쁜 심한 운동보다는 걷기 등 편안한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과음은 돌연사를 유발하는 심방세동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최의근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방세동 환자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뇌졸중 발생 위험이 14% 줄어든다”고 했다.

황교승 교수는 “돌연사의 주범인 부정맥 예방을 철저히 해도 100% 막을 수 없기에 가족ㆍ이웃을 위해 심폐소생술(CPR)을 익혀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정맥 진단과 예방 수칙] <대한부정맥학회 제공>

1. 평소와 다른 가슴 두근거림 등이 생기면 손목동맥을 만져서 맥이 고르게 뛰는지 확인한다. 심장은 정상적으로 1분당 60~100회 정도 규칙적으로 박동하므로 맥이 이보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불규칙하면 부정맥을 의심해 볼 수 있다.

2. 중년 이상이거나 고혈압 환자, 가족 가운데 돌연사한 사람이 있으면 적어도 1년에 한 번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심전도 검사는 돌연사를 일으키는 심근경색 같은 허혈성 심장 질환이나 유전성 부정맥도 찾아낼 수 있다.

3. 술과 카페인 음료를 삼가고 스트레스를 피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술, 커피와 정신적 스트레스는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4.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비만 등 심장병을 일으킬 수 있는 기저 질환을 잘 관리해야 한다. 모든 심장병은 부정맥과 관련 있을 때가 많으므로 잘 관리해야 한다.

5.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하루 30분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심장병 예방뿐만 아니라 정신적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과다한 운동은 오히려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6. 건전한 성생활을 유지한다. 성생활에 만족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오래 산다는 것은 입증이 됐다.

7. 부정맥은 아이러니하게도 증상이 심할수록 위험한 경우가 적다. 치명적인 부정맥일수록 평소 증상이 없다. 부정맥 증상을 느낄 수 있다면 적어도 이 순간은 당신이 살아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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