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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폐암 보고서] 폐암 원인은 흡연? 공식 깨졌다

입력
2021.08.23 18: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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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철 대한폐암학회 학술이사(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전체 폐암 환자 중 여성은 35%이고, 이중 87.8%는 비흡연자다. 게티이미지뱅크

전체 폐암 환자 중 여성은 35%이고, 이중 87.8%는 비흡연자다. 게티이미지뱅크

보건복지부가 최근 흥미로운 공익 광고를 만들었다. 교복을 입은 앳된 학생들이 나와 친구들을 향해 “노담!”을 외치고 있다. 이들이 말한 “노담!”은 No와 담배의 첫 글자를 합쳐 ‘담배를 피지 말라’는 뜻이다. 이렇게 정부에서도 나서서 금연을 촉구할 만큼 흡연은 우리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흡연으로 인해 생기는 대표적인 병이 폐암이다. 폐암 환자 중 85%는 흡연한 적이 있고, 국가암검진사업으로 30갑년 이상 흡연력을 가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시행한다. 담뱃갑에 폐암으로 상한 폐의 사진이 붙어 있는 것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폐암 원인이 흡연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국내에서 비흡연 폐암 환자의 숫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전체 폐암 환자 중 여성이 35%이고, 이중 87.8%는 비흡연자다. 결국 흡연과 가장 거리가 멀어 보이는 비흡연 여성에서도 폐암이 발생하는 것이다. 전체 폐암 환자의 90%가 흡연자인 서양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비흡연 여성은 흡연자와 폐암 발생 양상이 다르다. 비흡연 여성에서는 주로 비소(非小)세포암이 발생하는데, 그중 선암이 83.6%를 차지한다. 흡연 남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편평상피세포암이나 소세포암은 비흡연 여성에서는 드물다.

비흡연 여성 폐암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진 바 없지만 간접 흡연, 대기오염, 라돈, 비소, 크로뮴 등이 가능한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요리할 때 생기는 그을음도 폐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 집 안 환기에 유의해야 한다.

흡연자라면 금연하라고 강조하겠지만 비흡연 여성 예방책은 스스로 조심하고 오염된 환경을 최대한 피하는 방법밖에 없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비흡연 여성의 폐암은 완치가 가능한 초기가 아니라 치료가 어려운 4기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45.2%나 된다는 것이다.

‘표적’이라고 불리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흔하게 발견되는 것이 비흡연 여성 폐암의 또 다른 특징인데 대표적인 것이 EGFR와 ALK다. EGFR 돌연변이는 선암의 30~50%에서 발견된다. 이는 주로 여성, 비흡연자, 한국 등 동양에서 많이 발견되는 돌연변이다. ALK 변이는 전체 비소세포폐암 중 4~5%에서 발견된다.

ALK는 EGFR에 비해 적은 비율이지만 젊은 연령과 비흡연자에서 많이 발생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EGFR나 ALK와 같은 돌연변이는 표적 치료제의 효과가 매우 좋다. 현재 국내외 제약사들이 효과가 좋은 표적 치료제를 많이 개발하고 있다. 특히 EGFR 표적 치료제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 3세대 치료제까지 등장하였다.

가장 좋은 건 조기 진단을 통해 완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폐암은 조기 발견할수록 치료가 쉬워진다. 대한폐암학회가 실시한 폐암 환자 표본 조사에서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1기로 진단받는 비율은 31.9%로, 4기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1기 환자들은 수술적 절제로 폐암 완치가 가능하다. 흡연자는 물론 비흡연자를 대상으로 정기검사를 시행한다면 폐암을 조기 발견하는 비율이 현재보다 높아질 것이고, 그 결과 더욱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흡연자의 폐암만큼 비흡연자, 그중 비흡연 여성의 폐암에도 우리 모두 관심과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재철 대한폐암학회 학술이사(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이재철 대한폐암학회 학술이사(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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