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길어도 안 잡혔던 마약왕… ‘배금주의’ 미국의 민낯

입력
2021.08.21 10:00
넷플릭스 ‘코카인 카우보이: 마이애미의 제왕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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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서 망명 온 윌리와 살은 오랜 친구다. 둘은 마약 사업에 뛰어들어 환상의 호흡을 발휘한다. 넷플릭스 제공

둘은 쿠바계다. 미국으로 망명 왔다. 마이애미에서 고교를 함께 다녔다. 둘도 없는 친구 사이로 돈을 벌기 위해 일찌감치 거리로 나섰다. 미국에 막 정착한 쿠바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윌리 팔콘과 살 마글루타는 코카인을 팔았다. 수완이 좋았다. 20대 초반에 기회가 찾아왔다. 코카인을 대주던 지역 마약왕이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면서 코카인 거래선을 두 사람에게 넘겼다.

1980년대 코카인 소비가 급격히 늘었다. 윌리와 살의 사업은 번창했다. 항공편을 통해 콜롬비아에서 바하마로 옮긴 코카인을 고속정을 이용해 마이애미로 운반했다. 경비행기 조종사가 코카인을 한번 옮긴 때마다 받은 돈만도 20만 달러 가량. 윌리와 살은 더 큰 돈을 손에 쥐었다. 마이애미에 그들만의 제국을 건설하고 마약왕으로 군림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카인 카우보이: 마이애미의 제왕들’은 신출귀몰한 행각으로 공권력을 농락했던 윌리와 살의 흥망성쇠를 돌아본다.

넷플릭스에서 ‘코카인 카우보이: 마이애미의 제왕들’ 바로 보기

①마이애미에 마약 제국을 일군 그들

윌리와 살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벌었다. 돈을 어디에 처리할 지가 가장 큰 골치거리였을 정도다. 가족들에게 집과 빌딩을 사주고, 건설업에 진출했다. 뇌물을 아끼지 않았다. 관공서 직원과 경찰 등에게 수시로 돈을 건넸다. 독지가 역할도 했다. 지역사회에 불우한 이들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열었다. 자선기관에 기부도 많이 했다. 윌리와 살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많았으나 다들 모른 척했다.

하룻밤 파티에 2만, 3만 달러를 쓰는 건 예사였다. 팀을 만들어 부자들만의 스포츠인 고속정 경기에도 참여했다. 망명한 가난뱅이 쿠바인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의 흥청망청 삶을 당연한 듯 받아들였다. 언제든 열릴 준비가 돼 있는 두툼한 지갑 때문이었다. 다른 마약조직과 달리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거의 없었기에 그들을 향한 시선은 더 우호적이었다.

윌리와 살은 코카인 단속이 강화되면서 마이애미에서 사업을 이어가기 힘들었다. 로스앤젤레스로 사업 거점을 옮겼다. 둘의 호화로운 생활은 주변의 시선을 잡기 충분했다. 지역 경찰은 두 사람의 부의 원천이 마약이라는 걸 금세 알아챘다. 체포망이 좁혀오자 두 사람은 마이애미로 도주했다. 정부 서류가 전산화가 안 돼 있던 80년대, 이들은 위조 여권과 위조 운전면허증으로 신분을 쉽게 속였다.

②신출귀몰... 갖은 증거에도 법망 빠져 나가

'코카인 카우보이: 마이애미의 제왕들'. 넷플릭스 제공

수배된 윌리와 살은 마이애미로 돌아와서 도피 생활을 했다. 연방정부가 마약왕을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상태였다. 살은 은신처를 나와 돌아다니다가 얼굴을 알아 본 고교 동창 경찰에게 체포됐다. 살은 마약 거래에 뛰어들 무렵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적이 있어 추가 재판과는 무관하게 교도소로 직행해야 될 상황이었다. 경찰이 다음날 유치장을 찾아가 보니 살은 이미 풀려난 상태였다. 무슨 조화인지, 살은 예전에 형을 다 마친 것으로 서류가 정리돼 있었다.

꼬리가 길어도 잡히지 않던 두 사람은 연방정부 수사팀의 집요한 추격에 결국 붙잡혔다. 혐의만도 10개가 넘었다. 수사팀은 증인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하지만 증언에 나설 이들이 하나 둘 피격을 당했다. 윌리와 살의 심복 등이 형량거래 등을 내세워 법정에서 증언을 했다. 10년 넘게 코카인으로 영화를 누리던 두 사람이 남은 인생을 철창 안에서 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초호화 변호인단을 꾸렸어도 단죄를 피하기 어려울 듯했다. 하지만 미국 사법체제를 뒤흔든 반전이 일어났다.

③정의는 구현된다… 다만 너무 느릴 뿐

'코카인 카우보이: 마이애미의 제왕들'. 넷플릭스 제공

윌리와 살은 법제도의 허점을 노려 법망을 피해 다녔다. 배심원 제도까지 교묘하게 악용했다. 법의 심판을 영원히 피할 수 없었지만 그들은 20년 가량 부귀를 누렸다. 정의는 구현됐으나 지나치게 늦었다.

다큐멘터리는 윌리와 살이라는 돋보기를 통해 부조리한 미국 사회를 들여다 본다. 윌리와 살은 처음에는 생계형 범죄자였다. 달리 할 일이 없어 마약거래에 뛰어들었다. 그들이 부를 일구자 주변은 고개를 조아렸다. 둘은 고속정을 몰며 지역 스포츠 스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어떤 일을 했던지 거부가 되었고, 주변에 돈을 뿌리니 무슨 상관이냐는 생각이 마이애미 지역사회에 지배적이었다. 그 사이 미국 사회는 코카인으로 썩어 들어갔다.

미국 최고 변호인들의 행태도 배금주의 사회 미국의 민낯을 보여준다. 그들은 단지 거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윌리와 살을 재판에서 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미국은 돈이 본질을 압도하는 사회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콜롬비아 마약 범죄 조직에 대한 이야기는 넘쳐난다. 메데인 카르텔이나 칼리 카르텔 등 잔인무도한 범죄집단 만이 1980년대 미국 내 코카인 확산에 앞장 선 것일까. 그들과 거래했던 미국 마약 조직은 또 어떻게 달랐을까. 상식적인 추정과 달리 마이애미의 마약왕 윌리와 살은 신사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이권 다툼을 하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었고, 조용히 코카인을 들여와 조용히 판매한 후 일확천금으로 떠들썩한 삶을 보냈다. 윌리와 살이 그렇게 사업을 점잖게 운영해도 될 정도로 지역사회는 그들에게 우호적이었다. 다큐멘터리는 두 사람의 지인과 예전 측근 등의 인터뷰를 통해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미국 동남부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화면에 충실히 복원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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