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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야 자유 얻은 돌고래, "안녕 화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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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일이 결국 벌어졌다. 이달 18일 제주 돌고래체험시설 마린파크에서 12년 동안 체험에 동원됐던 큰돌고래 '화순이'가 사망한 사실이 확인됐다. 아직 정확한 사망일자와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동물보호단체와 전문가들은 화순이의 죽음이 예견됐던 일이라고 말한다.
마린파크는 '돌고래의 무덤'으로 불렸다. 지난해 8월 '안덕이', 한 달 뒤 '달콩이'가 죽었고, 올해 3월 '낙원이'에 이어 마지막 남은 화순이마저 죽음을 맞으면서 1년 동안 이곳에서 죽어나간 돌고래만 무려 4마리다. 2008년 문을 연 이후 들여온 돌고래 8마리가 모두 죽었는데, 안덕이를 포함한 5마리의 수족관 생활은 평균 3년 남짓이었다.
아직까지 화순이의 나이는 추정조차 알려진 바 없다. 한 제주 여행사이트에 2016년 작성된 소개 이미지에 화순이의 나이가 12세로 기재되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17세 정도로 추정된다. 야생에 사는 큰돌고래의 수명이 40년이라고 하는데 절반도 살지 못하고 죽은 것이다.
안덕이가 떠난 후 화순이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였다. 돌고래는 잘 알려진 대로 지능이 높고 무리 지어 생활하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방류를 총괄했던 김병엽 제주대 고래해양생물보전연구센터장은 화순이가 혼자 남아 있는 상황이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실제로 2017년 서울대공원에서 함께 살던 남방큰돌고래 '금등이'와 '대포'가 제주 앞바다에 방류된 후 혼자 남겨진 '태지'는 스트레스로 인해 심각한 수준의 정형행동(비정상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보였고, 결국 민간업체인 호반호텔앤리조트(옛 퍼시픽랜드)로 옮겨졌다.
혼자 남아 생활하는 것 자체도 스트레스인데 마린파크는 화순이가 죽기 직전까지 하루에 총 여섯 번 체험에 동원했다. 쉴 틈이 없는 빠듯한 스케줄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후기를 찾아보니, 아이들은 화순이를 만지고 수직으로 점프를 시켜 손에 닿게 한 다음 죽은 생선을 던져주었다. 아이들은 화순이 옆에서 손으로 V자를 그리며 기뻐했지만 화순이의 모습은 애처로워 보였다.
실제 화순이의 상태는 심각했다. 동물권 행동단체 카라는 6월 초 마린파크를 방문해 화순이가 한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체험 중간 쉬는 시간에도 화순이는 물 위에 가만히 떠 있는 행동을 보였는데, 이는 스트레스가 심한 수족관 돌고래에게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마린파크의 열악한 시설도 화순이를 포함한 돌고래에게는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마린파크의 수조가 좁고 수심도 낮아 돌고래가 편하게 지낼 수 없는 환경이라고 누차 지적해왔다. 마린파크는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고래류 전시?사육 수족관 서식실태 점검'에서도 수질 관리방법 보완, 심각한 정형행동 등의 평가를 받은 바 있다.
화순이의 죽음은 예견됐지만 이를 누구도 막지 못했다. 우선 마린파크에 12년이나 수조감옥에 갇혀 돈을 벌어 준 화순이를 마지막까지 체험에 동원했어야 했는지 묻고 싶다. 수족관 관리책임이 있는 해수부와 제주도도 화순이 죽음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마지막으로 "돌고래는 불쌍하지만 애들이 좋아한다"며 마린파크를 찾은 사람들의 책임도 크다. 화순이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제 국내에는 수족관 6곳에 23마리의 고래가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고래 체험, 공연을 중단하고 남은 고래를 위한 방안을 당장 마련해야 한다. 남은 고래들을 화순이처럼 그냥 떠나보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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