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환자는 어쩌란 말인가요 

입력
2021.08.22 22: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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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리창 너머의 환자를 보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언제든 넘어갈 것처럼 숨을 몰아쉬었다. 낯빛이 푸른색이었고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전형적인 천식 발작이었지만 할 수 있는 처치가 없었다.

멀리서 온 환자였다. 천식이 있었지만 보유한 벤토린으로 호전이 없어 신고했다. 초기부터 커다란 난관이었다. 호흡곤란은 이유를 불문하고 코로나 환자에 준하기 때문이었다. 일단 근처 모든 병원이 수용을 거부했다. 마침 우리 병원에 자리가 있어 먼 거리임에도 환자를 받았다. 방호복을 입은 구급대원이 음압실로 들어갔고 모든 의료진이 방호복을 입었다. 최고 수준의 방역 대처였다.

이럴 때마다 의문이 들었다. 백신까지 맞았다는 환자인데 의료기관에 들어올 때마다 이렇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사실상 코로나 감염 확률은 낮았다. 코로나 사태 이후 호흡기 질환자의 병원 이용은 극도로 어려워졌다. 그들은 두려움에 대부분 외출하지 않았고 가장 먼저 백신을 맞았다. 그러나 그들이 호흡곤란을 호소하면 코로나 감염과 구분되지 않았다. 그들은 병원을 이용할 때마다 '코로나 음성' 증명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최고 수준의 방비를 해야 했다.

어쨌든 아무 조치 없이 환자를 수용할 수는 없었다. 집에서 혼자 생활하던 할아버지는 코로나 의심 환자가 되어 독방에 갇혔다. 도착하자마자 코로나 검사를 시행했고 스테로이드와 약간의 산소를 투여했다. 다행히 환자는 안정적이었다. 열이 없었고 염증 수치도 높지 않아 단순 천식 악화로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발작이 찾아온 것이었다. 그는 발버둥치며 금방이라도 의식을 놓아버릴 것 같았다.

벤토린을 써야 했다. 급성 천식 발작의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치료는 벤토린 흡입이었다. 일단 나는 벤토린을 처방했지만, 시행될 수 없었다. 원칙상 코로나 음성이 확인되기 전에 흡입기 치료는 불가능했다. 흡입 치료를 하는 환자에게는 엄청난 양의 비말이 뿜어져 나온다. 아무리 음압실에서 방호복을 착용한다고 해도 쏟아져 나오는 비말을 맞는 행위는 위험하며 다른 환자까지 감염될 확률이 있다. 코로나 환자에게는 흡입기 치료를 시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음성이 확인되지 않아도 마찬가지였다.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처방은 의사가 하고 수행은 간호사가 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환자가 죽어가고 있으니 이번만 호흡기 치료를 시행하면 안 되냐고 물었다. 어차피 코로나 양성 확률은 극히 낮고 방역복을 입고 음압실에서 시행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간호부에서는 환자의 상태는 안 좋지만 위험을 무릅쓰면서 수행할 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예외를 두면 결국 코로나 방역이 무너지고 집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었다. 모든 병원에서 급성기 호흡기 치료를 하지 않는 실정이었다. 받아들여야 했다. 저 고통은 개인의 고통이지만 사회적으로 견뎌야 할 것이었다. 결과가 나오는 세 시간 동안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결국 환자에게 해줄 것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론을 낸 우리는 통유리창 너머의 환자를 다시 바라보았다. 놀랍게도 환자는 아주 안정적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하얗게 돌아온 낯빛으로 깔끔하게 평온을 찾아 우리를 마주 보고 있었다. 문제는 환자가 직접 해결했다. 그는 우리가 논쟁하는 동안 주머니에 있던 벤토린을 꺼내 흡입하고 말끔하게 나아졌던 것이다.



남궁인 응급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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