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하고도 '투명인간' 취급"... 해군 부사관에 '2차 가해' 사실로

입력
2021.08.20 11:50
수정
2021.08.20 16:3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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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가해자 2차 가해 의혹 확인
피해 정식 신고까지 3개월간 지속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서욱 국방부 장관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스1

최근 해군에서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부사관에 대한 가해자의 ‘2차 가해’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국방부는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현안보고 자료에서 해군 모 부대 소속 A 상사가 피해자 B 중사를 성추행한 후 “피해자를 무시(투명인간 취급)하는 행위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당사자인 가해자가 거리낌없이 피해자를 계속 괴롭혀 온 정황을 군 당국이 공식 확인한 것이다. 해군은 그간 해당 사건이 수사 중이라는 점을 들어 2차 가해 의혹에 말을 아껴 왔다.

보고 자료를 보면, A 상사는 5월 27일 민간식당에서 피해자와 식사를 하던 중 “손금을 봐 준다”며 손을 주무르고, 부대로 돌아올 때에는 팔로 목 부위를 감싸는 등 방법으로 성추행했다. B 중사는 부대 복귀 뒤 메신저를 통해 주임상사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 하지만 주임상사는 ‘피해자가 성추행 사실의 외부 노출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주임상사는 대신 A 상사를 따로 불러 ‘행동을 조심하라’고만 당부했다. 그러나 보고 사실을 알게 된 가해자는 B 중사를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무시하는 행위를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투명인간 취급 등 2차 가해는 성추행 발생 이후 피해자가 감시대장(대위)과 기지장(중령) 등 면담을 통해 피해 사실을 뒤늦게 알린 이달 6일까지 3개월여나 지속됐다. 두 사람에 대한 물리적 분리조치는 피해자 요청에 따라 성추행 신고가 접수된 9일에서야 비로소 이뤄졌다. 사건 발생 74일 만이다.

해군 군사경찰은 현재 A 상사를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구속하고, 주임상사와 기지장 등 2명을 신고자 비밀보장을 위반한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김민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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