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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亞 패권 노리는 러시아… 푸틴, '미군 배치 희망' 바이든 요구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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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중앙아시아 패권을 넘보고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으로 인근 지역까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틈을 비집고 들어가 미국 대신 ‘안보 우산’을 제공하고 힘의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복안이다. “아프간 안정을 위해 중앙아시아에 미군을 배치하겠다”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는 등 영향력 강화 움직임을 노골화하는 모습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적어도 안보 문제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지배적인 플레이어’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최근 중앙아시아 타지키스탄 아프간 접경 지역에 장갑차와 포대 수백 대를 배치했다. 탈레반 진지에서 겨우 19㎞ 떨어진 곳이다. 이곳에선 고강도 군사 훈련도 이뤄졌다.
이번 훈련의 의미는 명확하다. 탈레반에는 “러시아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응징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무력시위이자, 인근 국가에는 미국이 떠난 자리를 채워주는 ‘든든한 우방’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타지키스탄은 최근 미군이 이 지역에 접근하는 것을 거부했는데, 러시아군엔 문을 열었다. 탈레반 재집권에 따른 테러 단체 부상 가능성과 이슬람 극단주의 발호 우려에 이 일대 국가들의 긴장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미국이 아닌 러시아를 택한 것이다.
NYT는 “이제 러시아가 잠재적인 중앙아시아 보호 세력으로 등장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라며 “아프간 혼란이 가져온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에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레이트 게임은 19~20세기 초 중앙아시아 지역을 두고 영국과 러시아가 벌였던 패권 다툼을 말한다. 미국의 아프간 철군 이후 ‘무주공산’이 된 이 지역에서 러시아가 우위를 점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 러시아는 최근 노골적으로 중앙아시아 지역 개입 의지를 내비쳐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5월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을 러시아 소치로 불러 정상회담을 갖고, 정치ㆍ경제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문제도 논의했다. 한 달 뒤에는 중앙아시아에서 경제 규모가 제일 큰 카자흐스탄의 실권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초대 대통령을 모스크바로 초대하기도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역시 이달 17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와 미군의 아프간 철수에 대해 “수십 년간 익숙했던 세계에서의 위치를 포기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러시아가 이 자리를 대신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중앙아시아 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러시아의 야욕은 또 다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양국 전ㆍ현직 고위 관리를 인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 이후 미군 병력을 임시로 인근 국가에 배치하길 희망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해당 논의는 지난 6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 정상회담에서 이뤄졌다. 당시 푸틴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어떤 군사적 역할도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중앙아시아 국가에 병력을 배치하려는 이유는 이곳이 아프간 유사시 빠른 개입이 가능한 ‘군사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아프간 작전 초기인 2000년대에는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에 미군 기지를 두기도 했다. 한 전직 미군 고위 관계자는 “중앙아시아 국가에 접근할 수 없다면 미국은 카타르 같은 아랍 국가에 의존해야만 한다”며 “이 경우 비행시간이 너무 길어져, 임무의 60% 이상을 드론이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서 아프간을 오가는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WSJ는 “이는 러시아가 미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기보다는 중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지가 더 확고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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