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독립기념일에 反탈레반 시위… 총격 진압에 사망자 속출

입력
2021.08.20 08:24
수정
2021.08.2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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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저항 움직임… 탈레반기 찢기도
탈레반, 카불에 오후 9시 이후 통행금지령

아프가니스탄 동부 대도시 잘랄라바드에서 18일(현지시간) 주민들이 국기를 들고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잘랄라바드=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동부 대도시 잘랄라바드에서 18일(현지시간) 주민들이 국기를 들고 탈레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잘랄라바드=AF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독립기념일인 19일(현지시간) 아프간 전역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 저항하는 시위가 발생했다. 탈레반이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면서 곳곳에서 사망자도 속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탈레반은 동부 아사다바드에서 아프간 국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주민 모함메드 살림은 “시위 도중 여러 명이 숨졌다”며 “탈레반의 총격 때문인지, 압사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무서웠지만 이웃이 시위대에 합류하는 것을 보고 나도 집에 있는 국기를 들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탈레반의 통제가 가장 삼엄한 수도 카불에서도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소셜미디어에는 아프간 국기를 든 시위대가 “국기는 우리의 정체성”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올라왔다. AP통신은 동부 코스트주(州) 등 다른 지역 시위에선 시민들이 탈레반을 상징하는 흰색 깃발을 찢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날에도 시위가 열렸던 동부 대도시 잘랄라바드에선 4명이 탈레반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고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이 보도했다. 쿤나르주에서도 탈레반이 아프간 국기로 덮인 차량을 향해 총격을 가해 3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동부 판지시르주에는 저항군도 결집하고 있다. 판지시르는 1980년대 소련 침공과 1990년대 탈레반에 저항했던 아프간 구국 이슬람 통일전선, 속칭 ‘북부동맹’의 근거지다. 저항군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진 암룰라 살레 아프간 제1부통령은 트위터에 “국기를 든 사람에게 경례해 나라의 존엄을 세우자”고 썼다.

국제언론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전날 잘랄라바드에서 취재 중인 언론인 2명 이상이 구타당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조사에 착수했다.

아프간을 떠나려는 인파가 몰린 카불 공항 주변에서도 사망 사건이 잇따랐다. 로이터통신은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15일 이후 공항 안팎에서 12명이 숨졌다”며 “대부분 탈레반이 쏜 총에 맞거나 인파에 밟혀 압사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 톨로뉴스는 탈레반 지도자를 인용해 사망자가 최소 40명이라고 전했다.

탈레반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포용적인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연일 유화적 메시지를 내놓고 있지만, 점차 본색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앞서 부르카를 착용하지 않고 외출했던 여성이 탈레반의 총격에 숨진 모습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날 현지 매체 카마통신은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 오후 9시 이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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