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CNN 특파원에게 "얼굴 가려라" 소리 지르고 소총 겨눠

입력
2021.08.19 19:30

클라리사 워드, 탈레반으로부터 위협받아
"얼굴 가려라" 소리치거나 소총 겨눠
워드 "서양인도 위험한데 아프간 주민은 더할 것"

카불 거리를 걷고 있는 CNN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 CNN 유튜브 캡처

카불 거리를 걷고 있는 CNN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 CNN 유튜브 캡처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현지를 보도하는 미국 CNN의 여성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가 18일(현지시간) 생방송 도중 탈레반과 대치했다. 워드는 카불이 함락된 후에도 현장을 지키며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는 과정을 보도해왔다.

이날 CNN 보도 영상에서 워드는 까만색 히잡을 쓰고 온몸을 가린 채 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총성이 몇 분에 한 번씩 들린다"며 여러 번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워드 주변으로는 탈출하고 싶다며 아프간 주민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한 남성은 눈시울을 붉히며 어떻게 미군 기지에 갈 수 있냐고 물었다. 여권과 서류를 들고 아프간 주민들이 CNN 방송팀 주변으로 몰려들자 탈레반 조직원들이 이를 경계하며 방송팀으로 다가왔다. 한 남자는 워드에게 "얼굴을 가려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과 말하지 않겠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워드와 방송팀은 AK-47 소총을 든 탈레반이 총을 겨눠 급히 다른 곳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다른 탈레반 조직원이 이들이 '취재를 허가받은 언론인'이라는 점을 상기시켜 다행히 공격을 받지는 않았다.

워드는 "어떤 사람은 자신이 캠프피닉스(아프간 내 미군 기지)에서 통역사로 일했다면서 제발 미국으로 가게 해달라고도 했다"면서 "정말 마음이 찢어졌다"고 말했다. 또 "서양인인 나도 탈레반의 폭력과 광기에 노출됐는데 아프간 주민들은 그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공항에 도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다른 지역에 비해 카불 공항 근처가 훨씬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탈레반은 공항에서 수천 명의 아프간인들이 그들을 피해 절박하게 탈출하는 모습을 수치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홍승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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