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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에 숨은 가족 발각 위기, 기도해달라"[인니 아프간 난민촌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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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지금 집 바닥(지하실)에 숨어 있어요. 집 밖 다른 곳으로 피신한 주민도 있고요. 탈레반이 계속 수색 중이라고 합니다. 금방 발견될 겁니다. 제발 제 가족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19일 수화기 너머 아프가니스탄인 아크람(33)씨 목소리는 절박했다. "정치인들은 파키스탄으로 중동으로 모두 달아났고 주민들만 남았다"고 절규했다. 그는 "국제사회가 움직여 제발 가족을 이 땅에 데려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아프가니스탄 남부 지역에 살았던 아크람씨는 2013년 5월 탈레반의 박해를 피해 인도네시아로 건너왔다. 아내(25), 아들(6)과 현재 자카르타 외곽에 살고 있다.
그는 탈레반의 표적이었다. 가족이 기독교인인 데다 외국계 건설회사에서 일했기 때문이다. 테러는 실제로 가해졌다. 그의 집이 로켓포 공격을 당해 무너지는가 하면, 그가 탄 차량에도 탈레반이 총격을 가했다. 그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 어머니와 형제들을 남겨두고 아내만 데리고 조국을 급히 탈출했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형제들은 무슬림이지만 저 때문에 해코지를 당할 수 있어 너무 두렵다"고 했다. "현지 인터넷 사정이 좋지 않아 가족의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는 다행히 전날 밤 가족과 통화할 수 있었다.
아크람씨와 통화를 마치고 이날 찾아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서쪽 칼리드르스(kalideres) 난민촌은 적막했다. 아이들 40여 명 등 180명의 아프간 난민이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곳이다. 평상에 모여 앉은 사내들은 침통한 낯빛으로 조국의 미래와 가족의 안위를 걱정하고 있었다.
대개 7~8년 전 탈레반을 피해 고국을 등진 이들이다. 누구는 부모가, 누구는 아내가, 누구는 형제자매가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간에서 공포에 떨고 있다고 했다. 난민촌 지도자 누리(31)씨는 "저 역시 부모와 아내를 남겨두고 2014년 홀로 탈출했다"며 "탈레반이 장악하기 시작한 4주 전부터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낡은 건물을 임시 거처로 제공했지만 개조를 할 수 없어 난민들은 모두 건물 안에 간이 텐트를 치고 생활하고 있다. 공공 주방이라고 밝힌 2층 공간엔 휴대용 가스버너 한 개와 식용유, 냄비 몇 개만 덜렁 놓여 있었다. 화장실도 건물 바깥에 두 칸뿐이다. 빨래가 널린 건물 마당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누리씨는 "직장을 구할 수도, 가족을 데려올 수도 없는 삶"이라며 "어디라도 좋으니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만 이방인의 방문을 반겼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한국은 좋은 나라" "한국 사람은 잘 생기고 멋지다"고 말을 걸었다. 기자가 촬영하자 멋진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가 하면, 직접 찍어보겠다며 카메라를 빌려달라고 했다. 누리씨는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도 있고 갓난아기일 때 아프간을 떠나 현지 상황을 잘 모르고 어른들도 가급적 얘기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7년 전 인도네시아에 온 나집악바리(40)씨는 처가가 걱정이다. 장모와 처형들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 살고 있다. 그는 "전날 연락이 닿았는데 상황이 너무 안 좋고 위험해서 집 안에만 숨어 있다고 했다"며 "여성 친지들은 부르카를 다시 꺼냈다. 온몸을 천으로 감았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는 "탈레반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믿지 않는다. 그들의 말이 곧 법이고 시민들은 아무 말도 못한다"고 강조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인도네시아에는 7,692명의 아프간 난민이 있다. 집계되지 않은 인원을 더하면 1만2,0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자카르타와 서부자바주(州) 보고르, 술라웨시섬 마카사르 등에 분산돼 있다. 자카르타 칼리드르스 난민촌은 권용준 선교사와 현지 한인 교회가 일부 도움을 주고 있다.
이날 인터뷰한 아프간인들은 한결같이 호소했다.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오직 기도만 할 뿐입니다. 여러분도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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