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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화 다가선 징용 배상, 외교적 해법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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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안양지원이 최근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을 상대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이 낸 배상 관련 물품 대금 압류 및 추심 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 회사의 물품을 구매한 국내 회사 LS엠트론이 지급할 대금 8억5,320만 원을 2018년 대법원 판결 이후 미쓰비시중공업에서 배상받지 못한 징용 피해자 등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강제징용 피해 배상금을 둘러싸고는 대법원의 잇따른 판결에도 불구하고 미쓰비시중공업, 일본제철 등이 거부하면서 이들 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가 잇따랐다. 미쓰비시의 경우 상표권과 특허권이, 일본제철은 주식이 압류돼 있지만 현금화 절차가 필요해 아직 실제 배상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판결의 경우도 미쓰비시의 즉시항고로 바로 추심이 어려울 수 있지만 다른 사례와 달리 현금을 확보해 피해자 배상이 더 빨리 진행될 가능성이 생겼다.
대법원 판결 이후 4년이 가까워오는데도 일본 정부와 해당 기업들은 이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징용 피해자 개인의 위자료 청구권이 한일협정 대상이 아니라는 우리 사법부의 판단이 인권을 존중하는 국제법 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일본 정부 때문에 법적 논리만으로 갈등을 풀어가기 어려운 게 엄연한 현실이다.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해온 일본 관방장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서도 "만약 현금화에 이른다면 한일관계는 대단히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대로 강제 배상이 진행된다면 이미 최악인 한일 관계가 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더는 갈등이 깊어지기 전에 외교적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일 외교 당국이 여러 차례 논의를 이어 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데다 양국 모두 정치 지도자가 바뀌는 전환기라서 해결이 쉽지 않다고 손 놓고 있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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