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스터샷 결정에…WHO “구명조끼 입었는데 구명조끼 또 주냐” 비판

입력
2021.08.19 16:50
수정
2021.08.19 16:58
15면
구독

美, 9월부터 전 국민 대상 '부스터샷' 승인
WHO "저소득 국가 백신 접종 우선" 반박
전문가들 "부스터샷 효과 아직 입증되지 않아" 논란



“코로나19 감염 보호 효과가 첫 백신 접종 이후 시간이 지나면 감소한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부스터샷은) 이미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에게 추가로 구명조끼를 나눠주는 것과 같다. 구명조끼도 없는 사람들은 익사하도록 방치했다.”(세계보건기구)



미국 펜실베이니아 슈웬크스빌에서 14일 한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하고 있다. 슈웬크스빌=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펜실베이니아 슈웬크스빌에서 14일 한 여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하고 있다. 슈웬크스빌=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3차 접종(부스터샷)을 시작하기로 한 미국이 세계보건기구(WHO)와 공방을 벌였다. 전 세계가 백신 부족 현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들의 부스터샷 강행 방침이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부스터샷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데이터를 보면 코로나19 감염 보호 효과가 첫 백신 접종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한다는 것이 매우 분명하다”라며 “(백신 접종 시) 중증, 입원, 사망을 막는 것이 앞으로 몇 달 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부스터샷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12세 이상 백신 접종 대상자 중 최소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사람이 전체의 60%(1억9,909만9,654명)를 넘어섰다. 65세 이상의 노년층은 91%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델타 변이 확산 등의 여파로 미국의 하루 확진자 수가 16만 명을 넘어섰다.

반면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백신을 맞은 사람이 거의 없고 새로운 변이가 나타날 수 있는 저소득 국가들의 고위험군부터 우선적으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세계적인 대유행을 멈추는 데 더 효과적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부스터샷이 추가 감염을 막을 수 있는지 여부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당장 부스터샷을 맞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잇달아 부스터샷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제니퍼 누조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 교수는 “정부가 인용한 데이터에 따르면 백신이 의도한 대로 심각한 질병과 입원을 막는데 효과가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추가 접종은 얼마나 감염을 막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중증을 예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기존 백신이 코로나19 감염 효과는 떨어지더라도 중증 예방 효과가 지속된다면 부스터샷의 필요성이 시급하진 않다고 본 것이다.

이스라엘 의료관리기구인 클라릿의 랜 발리커 교수는 “데이터에 따르면 초기 백신 접종자들 사이에서 심각한 질병의 위험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백신은 심각한 질병을 예방하는데 여전히 도움이 되고 있다”며 “아직 부스터샷의 효과와 안전에 대한 장기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스라엘도 인구의 62.3%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했고, 지난달 12일 면역이 취약한 ‘고위험군’ 부스터샷 시행에 이어 접종 대상을 50세 이상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6,000명을 넘어서면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지원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