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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만에 번복... 탈레반 "아프간 민주국가 아냐... 이슬람법으로 통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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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재점령 후 이례적 유화 제스처를 취했던 무장조직 탈레반이 속속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정권 장악 후 수차례 '여성 인권' 보호 등을 공식 언급하며 변화를 표방했지만, 18일(현지시간) "아프간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라며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통치할 것을 선언했다. 아프간 현장에선 탈레반의 '공포정치'가 곳곳에서 현실화했다. 국제사회는 합법적인 정상 정부로 인정할지 이해득실에 따라 딜레마에 빠져드는 양상이다.
탈레반 간부 와히둘라 하시미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아프간 국민 99.99%가 무슬림인 만큼, 우리는 이슬람법에 따라 통치할 것"이라며 여성의 사회적 활동과 여학생의 등교 허용 여부 등에 대해서도 "이슬람 율법학자가 결정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지난 15일 수도 카불 입성 당시 발표한 "여성 권리 존중" 약속과 뉘앙스가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수하일 샤인 탈레반 대변인 역시 "인간이 만든 법률은 변경될 수 있지만, 신이 만든 규칙은 변경될 수 없다"며 샤리아에 기반한 통치를 공식화했다. 샤리아는 지난 탈레반 집권기(1996~2001년)의 각종 억압 정책의 근거가 된 이슬람 율법이다. 당시 모든 여성의 사회활동이 금지됐고, TV 시청·음악감상 등 문화생활도 허용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샤리아에 기반한 통치가 이어지는 한 사면령이나 포괄적 정부 구성 등 탈레반의 유화 시그널은 휴짓조각이나 다름없다는 반응이 주류다. 유화 정책이 그들이 신봉하는 이슬람 율법과 상충하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여성인권운동가 호다 라하는 19일 호주 ABC방송에 "지금 관용적 행위를 보이는 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기 때문"이라며 "그들의 종교적 믿음에 따라 시행될 법은 무엇을 상상하든 더 끔찍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외무부 장관을 지냈던 필립 해먼드 영국 재무부 장관은 17일 미국의소리방송에 "(아프간 상황은) 단순한 인도주의 위기를 넘어섰다"며 "의심의 여지가 없는 테러 위기"라고 꼬집었다.
아프간 전역에선 악몽과 같은 현실이 전해지고 있다. 카불 동쪽에 위치한 도시 잘랄라바드에선 18일 탈레반이 평화 시위를 벌이던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해 지금까지 최소 3명이 숨지고 12명이 부상당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 전사들이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가정방문을 해 주민들이 경악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시민들이 사회생활을 중지하고 집 안에만 머물자 탈레반 조직원들이 직접 이들을 찾아내 월급·직업 등을 물은 뒤 정상 생활을 강요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샤리아의 부활을 눈앞에 둔 아프간 여성들이 느끼는 공포는 극에 달했다. 칼리다 포팔 전 아프간 여자 축구대표팀 주장은 19일 "살아남기 위해선 유니폼과 장비, 신분증을 불태우라"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탈레반이 여성을 살해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북부 파르야브주에 거주하는 아프간 여성 나지야는 18일 미 CNN방송에 "탈레반이 전사들의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폭행하고 총으로 살해했다"며 "탈레반은 변한 것이 없다"고 호소했다.
공항을 중심으로 한 혼란상도 최악이다. 19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탈레반 관계자는 "15일부터 카불공항 안과 주변에서 12명이 숨졌다"며 "총에 맞거나, (인파에) 밟혀서 사망한 경우 등"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탈레반 측에 끝까지 항전하려는 세력들이 북서부 판지시르주(州)에 집결하고 있어, 내전이 격화돼 희생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부동맹을 이끌었던 고(故)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 아흐마드 마수드주니어와 암룰라 살레 아프간 제1부통령 등이 저항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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