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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라도 들여보내 달라"… 아프간 유일 탈출구, 죽음 불사한 '공항 가는 길'

입력
2021.08.19 19:22
수정
2021.08.2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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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에워싼 탈레반,?검문소 설치해 주민 감시
서방국 협력자 색출 조짐, 공항 안팎 12명 사망
24시간 대피 작전… 지방 도시에선 저항 시위도

19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외곽에 국외 탈출을 원하는 주민들이 모여 있다. 공항 주변에는 수천 명의 주민이 출국 기회를 희망하며 며칠째 진을 치고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19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외곽에 국외 탈출을 원하는 주민들이 모여 있다. 공항 주변에는 수천 명의 주민이 출국 기회를 희망하며 며칠째 진을 치고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이자이 국제공항은 밀려드는 탈출 행렬로 아비규환이다. 공항은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치하 아프간을 빠져나갈 유일한 통로다. 그러나 이젠 공항으로 가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안전한 이동과 출국을 보장한다고 약속했던 탈레반이 공항 입구를 틀어막고 주민들을 무력으로 통제하기 때문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와 영국 BBC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카불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이미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갔다. 공항 내부는 미군 4,500명이 통제하고 있지만, 공항 담장 밖에선 탈레반에 가로막힌 탈출 인파로 아수라장이다. 탈레반은 주요 도로는 물론 공항 주변 곳곳에 검문소를 세우고 주민들을 감시하고 있다. 외국인과 출국 서류 소지자가 아니면, 검문을 통과할 수 없다. 탈레반이 총을 쏘고 주민들을 구타했다는 목격담도 잇따른다.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조차 아프간 체류 미국인에게 카불 공항까지 안전한 통행을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서방국을 도왔던 아프간 내 협력자들의 안위는 특히 위태롭다. 검문소에서 출국 서류를 보여줬다가는 부역자로 몰려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서류 없이는 공항에 도착하더라도 탈출 비행기에 무사히 몸을 실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NYT는 유엔 보고서를 입수, “복수하지 않겠다던 당초 약속과 달리 탈레반이 카불 공항 주변에서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협력자들을 체포하기 위해 수색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클러리사 워드 CNN방송 특파원도 “아프간 사람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서류와 여권을 앞다퉈 내밀면서 ‘나는 번역가였다, 미군 캠프에서 일했다, 미국에 갈 수 있게 도와달라’며 간청했다”고 전했다.

공항 밖에는 주민 수천 명이 공항에 들어가기 위해 노숙을 하고 있다. 필사적으로 공항 담장을 넘어가려는 사람들, 아이만이라도 들여보내 달라며 사람들 머리 위로 아이를 건네는 부모 등 절박한 장면들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다. 공항 정문 앞에선 공항에 들어가려는 주민들과 탈레반 대원들이 충돌하면서 폭력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탈레반은 공항 밖 주민들을 향해 “집으로 돌아가라”며 수시로 경고 사격을 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탈레반이 카불에 입성한 15일 이후 공항 안팎에서 12명이 숨졌다”며 “대부분 탈레반과 미군이 쏜 총에 맞거나 인파에 밟혀 압사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 톨로뉴스는 탈레반 지도자를 인용해 사망자가 최소 40명이라고 전했다.

공항에선 24시간 대피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날까지 미국이 출국시킨 인원은 5,200명가량. 아직 미국인 1만5,000명과 미국 협력 아프간인 2만2,000명이 남아 있다. 영국은 1,200명, 독일은 900명, 프랑스는 209명을 각각 출국시켰다. 독일 일간 빌트는 탈레반이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아프간 정부와의 평화협상에서 서방국 현지 공관에서 일했던 아프간인 직원을 압박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치적 양보 대가로 이들에 대한 몸값을 요구할 거란 얘기다.

아프간 내 정세 불안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19일 아프간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저항 움직임도 감지된다. 18일 카불 동쪽 도시 잘랄라바드에선 칼레반 점령 이후 처음으로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 수백 명은 국기 게양대에서 탈레반기를 내려 찢었고, 탈레반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 3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아티아 아바위 전 CNN 특파원은 “아프간 사람들은 탈레반이 얼마나 잔혹한지 잘 알고 있고 몹시 두려워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들은 지난 20년간 얻은 자유를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동부 판지시르주(州)에는 저항군도 결집하고 있다. 판지시르는 1980년대 소련 침공과 1990년대 탈레반에 저항했던 아프간 구국 이슬람 통일전선, 속칭 ‘북부동맹’의 근거지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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