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스스로 강해져야” 차이잉원 호소에… 中 “헛된 꿈” 코웃음

입력
2021.08.19 14:05
수정
2021.08.19 16:0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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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탈레반 아프간 장악에 고민 커져
①차이잉원 호소문, 美 직접 언급 빠져
②中 “美, 대만 버릴 것...헛된 꿈 버려라"
③中·타지키스탄, 대테러 훈련 잰걸음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캡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차이잉원 페이스북 캡처


“대만의 유일한 선택은 우리 스스로 더 강해지고, 더 단결하고, 확고한 방위력을 갖추는 것이다. 남의 보호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18일 페이스북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한 지 이틀 만이다. 중국은 “미국이 대만도 버릴 것”이라고 연일 선전공세를 펴는 한편, 아프간 주변국과 발 빠르게 대테러 훈련에 돌입하며 미군이 빠진 공백을 슬금슬금 메우고 있다.

①美 언급 빠진 호소문…차이잉원의 고민

차이잉원(오른쪽 세 번째) 대만 총통이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파견한 비공식 대표단과 만나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차이잉원(오른쪽 세 번째) 대만 총통이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파견한 비공식 대표단과 만나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차이 총통은 18일 페이스북에 “최근 아프간 정세 변화가 대만에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운을 뗐다.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아프간 미군 철수를 바라보며 불안감을 드러내는 일부 여론을 감안한 것이다. 중국은 “아프간 다음은 대만”이라며 압박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우리의 존재를 의미 있게 만들고 민주와 자유의 가치를 견지해야 한다”면서 “대만을 향한 무력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의 일시적 선의를 바라는 건 우리의 선택이 아니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23일로 63주년을 맞는 1958년 중국의 진먼다오 공격을 거론하며 “당시 민군이 한마음으로 위협을 물리쳤듯 전투에서의 승리가 단합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증명”이라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이날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공동의 가치와 국제 파트너는 집단 안보와 번영에 긴요하다”고 한 것이 전부다. 지난 6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키우던 퍼스트 도그가 죽었을 때는 불과 하루도 안 돼 트윗으로 애도를 표했다. 반면 이번에는 이틀이 걸렸다. 타이완뉴스는 “미군이 아프간을 떠난 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이 원조에 주저할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만의 고민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②中, “미국은 결국 대만 버릴 것...헛된 꿈꾸지 마라"

18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에서 한 여성이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사진을 들고 탈레반 장악 이후 아프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우려 시위를 하고 있다. 브뤼셀=AP 뉴시스

18일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앞에서 한 여성이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사진을 들고 탈레반 장악 이후 아프간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우려 시위를 하고 있다. 브뤼셀=AP 뉴시스


차이 총통에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대만 상황은 아프간과 전혀 다른 문제”라며 동맹에 대한 미국의 개입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은 1949년 국민당을 버렸고 79년에는 대만을 버렸다”고 틈을 벌렸다. 미국은 49년 공산당에 패퇴한 장제스 정권을 돕지 않았고, 79년에는 중국과의 수교를 위해 대만과 단교한 점을 꼬집었다.

환구시보는 19일 차이 총통의 호소문과 설리번 보좌관의 발언을 싸잡아 “아프간과 다를 바 없는 대만은 헛된 꿈을 꾸지 마라”며 “미국은 이익보다 비용이 크면 대만을 포기할 것”이라고 악담을 퍼부었다. 그 근거로 △미국이 대만을 보호하기 위해 파병 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공식 문건이 없고 △핵 강국 중국에 맞서 미국은 대만해협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고 △현재 대만 민진당은 과거 국민당보다 약하고 △유사시 대만을 단번에 제압할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 국가의 명운을 걸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③아프간과 국경 맞댄 中·타지키스탄 대테러 훈련

18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미용실 벽에 내걸린 여성의 얼굴 사진들이 검은색 스프레이로 지워져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18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미용실 벽에 내걸린 여성의 얼굴 사진들이 검은색 스프레이로 지워져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중국은 아프간 주변국과의 접촉면을 넓히며 탈레반 득세 이후 지역정세를 관리하고 우군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시진핑 주석은 전날 이란, 이라크 정상과 잇따라 통화하면서 “핵 문제에 대한 이란의 합리적 요구를 지지한다”, “이라크에 개입하려는 어떠한 외부세력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란 핵 합의 복귀를 놓고 진통을 겪는 한편 아프간에 개입했다가 무책임하게 철군한 상황을 빗대 공격한 셈이다.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중국과 타지키스탄은 18일부터 이틀간 대테러 연합훈련에 나섰다. 탈레반 세력 확장의 불똥이 주변국으로 튀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다. 자오커즈 중국 공안부장은 라미존 라킴조다 타지키스탄 내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국제정세 변화로 지역 안보를 낙관할 수 없어 테러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라킴조다 장관도 성명을 통해 “산악지대에서 테러세력을 제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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