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친환경 스타트업 청년들이 신한금융에 몰려간 까닭은? 

입력
2021.08.22 15:00
수정
2021.08.22 17:47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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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1기 출범
5팀 모집에 83개팀 몰려 치열한 경쟁
'폐기물→재생 의류' 스타트업 등 자금 지원

편집자주

세계 모든 기업에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는 어느덧 피할 수 없는 필수 덕목이 됐습니다. 한국일보가 후원하는 대한민국 대표 클린리더스 클럽 기업들의 다양한 ESG 활동을 심도 있게 소개합니다.


지난 7월 8일 제주도 제주시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에서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1기의 킥오프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지난 7월 8일 제주도 제주시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에서 신한 스퀘어브릿지 제주 1기의 킥오프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제주도에서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모아 재생실로 옷을 만든다면 어떨까?” 제주도에서 ‘콘텐츠그룹 재주상회’를 운영하는 고선영 대표의 고민이 시작됐다. 고 대표는 22일 통화에서 “제주도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폐플라스틱 등 각종 쓰레기들도 함께 늘어 마음이 아팠다”며 “쓰레기를 줄이면서 동시에 제주도의 환경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문제는 역시 ‘돈’이었다. 사업 자본금부터, 사무공간, 투자·법률·특허 컨설팅까지 청년 사업가가 감당하기엔 벅찬 일들의 연속이었다. 고 대표는 “스타트업이 혼자서 자금을 마련하고, 복잡한 일을 처리하긴엔 역부족”이라며 “제주 스타트업의 꿈을 지원해줄 '키다리 아저씨’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도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스타트업을 지원합니다.” 신한금융지주가 이런 스타트업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고 나섰다. 신한금융은 지난 5월 '신한 스퀘어브릿지(S² Bridge : 제주) 1기’ 모집 소식을 알리며 고 대표와 같은 청년 사업가의 꿈을 지원하기로 했다. 신한 스퀘어브릿지는 신한금융의 대표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으로,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혁신 성장 플랫폼이다. 이번 제주 1기 모집에는 청년 일자리 확대라는 목표뿐만 아니라 폐기물 수거·재생에너지 등 환경적 고려까지 담아냈다.

반응은 뜨거웠다. 총 83개 스타트업 연합팀이 몰려들었고, 신한금융은 최종 심사를 거친 끝에 지난 6월 5개 팀을 선정했다. 신한금융은 선발된 5개 팀에 모두 프로젝트 가설 검증 지원금 2억5,000만 원(팀별 5,000만 원)을 지급했다. 이후 각 팀의 중간 성과 결과를 ‘신한 사회적 가치측정모델(신한 SVMF)’로 측정해 목표 달성 인센티브 총 4억5,000만 원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고 대표는 “제주도 토종 브랜드로서, 더 나은 환경과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 목표"

단순한 의무가 아닌 실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신한금융의 ESG 활동은 그간 ESG 경영에 대한 남다른 관심에서 비롯됐다. 그동안 신한금융지주와 그룹사들은 국내 금융사 중 ESG경영에 있어서 ‘개척자’로 평가받으며, 최초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

신한금융은 이미 2018년부터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환경·사회 리스크 관리 모범규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금융회사로서 전통적 리스크인 투자금 회수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적 영향에 대한 리스크도 함께 대출 의사결정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신한금융은 △발전업 △폐수 및 폐기물 처리업 △무기·군수업 등 총 12개의 유의영역을 설정하고, 대출 시 평가를 통해 금융지원을 배제하거나 조건부 지급하기로 했다.

더 나아가 그룹사인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국내 시중은행 최초로 ‘적도원칙’에 가입했다. 적도원칙은 대형 개발사업이 환경파괴 또는 인권침해와 같은 환경·사회적 문제가 우려되는 경우 금융지원을 제한하는 금융사들의 자발적 협약이다. 이에 신한은행은 적도원칙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채택한 환경·사회적 위험관리 기준을 심사항목으로 추가해 신규 프로젝트를 심사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로 신한금융은 지난해 11월 국내를 넘어 동아시아 최초로 탄소중립 전략인 ‘탄소 제로 금융’을 선언했다. 탄소 제로 금융은 친환경 금융 지원을 확대해 2050년까지 그룹 자산 포트폴리오의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목표다. 배출량 감축 목표를 국제적으로 검증받기 위해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탄소회계금융협회(PCAF)에 가입했고, 분기별 그룹 경영실적 발표 시 탄소배출량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2018년 11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UNEP FI) 글로벌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조용병(왼쪽 두 번째)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2018년 11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UNEP FI) 글로벌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조용병(왼쪽 두 번째)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사회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 제공


“ESG 경영은 리스크 아닌 새로운 기회"

신한금융은 ESG 가치를 그룹의 지배구조로 내재화하는 작업에도 힘쓰고 있다. 신한금융은 2015년 국내 금융그룹 최초로, 이사회 내에 ‘ESG전략위원회’를 마련해 ESG 경영에 대한 최고의사결정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다.

올해 2월에는 그룹 ESG 전략 추진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 위해 그룹사 CEO 전원이 참석하는 'ESG추진위원회’를 신설해 그룹 차원의 통일된 ESG 경영 체계를 구축했다. 그 결과, 신한금융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기업지배구조 평가등급에서 2018년부터 최상위 A+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주주·투자자·고객들의 ESG경영에 대한 관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ESG보고서 발간도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했다. 앞서 신한금융은 2005년 신한은행이 금융업계 최초로 사회책임 보고서를 발간해 환경금융 실적, 그룹 환경지표 등을 매년 공개해왔으며, 2009년부터 그룹 전체로 확대해 ESG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이 같은 ESG 활동의 밑바탕에는 조용병 회장의 강력한 추진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조용병 회장은 “ESG가 기업의 리스크 요인으로 점검되는 단계를 넘어, 새로운 기회 창출의 영역으로 인식하고 활용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ESG는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대비하고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백신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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